▲ 최경주가 24일 경남 김해 정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연습라운드 12번홀에서 벙커샷을 시도하고 있다. 대회 호스트를 맡은 최경주는 25일 황인춘, 엄재웅과 1라운드를 시작한다.  <KPGA 제공>
▲ 최경주가 24일 경남 김해 정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연습라운드 12번홀에서 벙커샷을 시도하고 있다. 대회 호스트를 맡은 최경주는 25일 황인춘, 엄재웅과 1라운드를 시작한다.
지난 6월 이후 필드에서 모습을 감췄던 ‘탱크’ 최경주(48)가 날씬해져서 나타났다. 최경주는 25일부터 나흘간 경남 김해 정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에 출전한다. 6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이후 4개월이 넘도록 그린을 떠났던 그의 복귀전이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4일 최경주는 "지난 6월에 93㎏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80㎏을 살짝 밑돈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마친 직후 PGA투어에 병가를 냈다. 그는 "옆구리가 아팠다. 부상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 때문에 몸이 버텨내지 못한 거다. 아픈 몸으로 경기를 하다 보니 스윙도 망가졌고 거리도 나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경주는 쉬면서 재정비하기로 결심했다. 최경주는 내년이 PGA투어 마지막 시즌으로, 2020년엔 시니어투어로 건너가야 한다. 그는 "PGA투어에서 한국인으로는 개척자였다. 시니어투어에서도 그런 역할을 하려 한다. 시니어투어에서 과거의 영화를 밑천 삼아 둔한 모습으로 대충 뛰고 싶지는 않다. 날렵하게 멋진 모습으로 시니어투어에 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병가를 낸 그는 금식으로 군살을 뺐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식단을 바꿨으다. 채소와 함께 닭가슴살, 오리는 거의 매일 먹고 주로 찐 고구마와 찐 감자 등 ‘순수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살을 뺀 뒤 근육으로 다시 채워 넣는 단계에서 그러나 큰 변수가 생겼다.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인 8월초 받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종양이 나타났다. 다행히 종양은 초기라서 일부만 떼어내 갑상선 기능은 유지하게 됐고 항암 치료도 필요 없어 더 몸이 축나는 일도 없었다.그는 "저수지에서 물을 빼면 바닥에 쌓여있던 온갖 쓰레기가 다 드러나지 않느냐. 금식, 감량으로 내 몸의 문제점이 다 드러났다. 갑상선 종양도 그중에 하나였다. 다행히 말끔하게 저수지 바닥을 청소한 셈"이라고 말했다.

3주 전부터 클럽을 잡았고 실제 라운드는 23일 연습 라운드가 처음이라는 최경주는 "몸은 40%가량 만들어졌지만, 생각보다 샷이 잘 맞아 나간다. 비거리도 6월보다 더 늘었더라"면서 "잘하면 컷 통과도 하겠더라"며 웃었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마치면 내년 2월까지 몸만들기와 샷 재건에 몰입할 계획이다. 2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이 ‘PGA투어 복귀전’이 될 전망이다. 최경주는 그때쯤이면 80% 이상은 완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40%’라는 몸 상태에서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는 최경주는 ‘호스트’ 역할을 열심히 해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뛰는 후배들을 배려해주기 위해 바쁘다.

이번 대회에는 작년보다 총상금 2억5천만 원을 증액했다. 최경주의 노력에 타이틀 스폰서인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이 화답한 결과였다. 컷을 통과한 선수가 60명이 넘으면 60등 밖으로 밀린 선수는 상금이 쥐꼬리다. 이른바 ‘등외 상금’이 워낙 적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에 이런 사정을 듣고 자비를 내서라도 등외 상금을 350만 원은 받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현대해상이 이 비용을 대회 운영비로 편성해줬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수들에게 마냥 베푸는 건 아니다. 대회 전장을 100야드 늘리고 러프를 더 길렀다. 어려운 코스에서 쳐봐야 해외에 나가서도 금방 적응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예전보다 가뿐해진 최경주는 25일 오전 11시30분 정산CC 1번홀에서 디펜딩 챔피언 황인춘(44),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엄재웅(28)과 1라운드를 시작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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