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가구가 한 겹의 바닥을 사이에 두고 생활하는 공동주택의 특성상, 윗집과 아랫집은 바닥과 천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어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다세대 주택 혹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은 다른 소음공해와 마찬가지로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며, 이웃 주민 간에 많은 민원을 제기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심지어 갈등이 격화돼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작은 소음에도 더욱 민감해져 심할 경우에는 몸싸움, 칼부림 및 살인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법으로도 해결 못하는 층간소음 문제를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한 노부부와 가정주부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큰아이가 세살, 둘째가 갓 백일 지났을 무렵 새집으로 이사를 간 주부의 아래층에는 60대의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이의 발소리가 걱정돼 복숭아 한 봉지를 사 들고 가 인사를 드렸다. 어르신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뛰어야 아이들이지요.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지내요."

 그러나 우리 부부는 어르신들을 마주칠 적마다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고, 그때마다 노부부는 괜찮다고만 말했다. 그곳에서 큰아이가 중학교 2학년, 둘째가 초등하교 6학년 될 때까지 살다가 그 집을 떠나기 전날, 남편과 아래층에 내려가 남편은 고마운 마음에 큰절을 하며 "그동안 맘 편히 잘 살았습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새로 이사간 아파트에는 주말 아침이면, 윗집에 놀러 온 손주들이 뛰노는 소리에 잠이 깼고, 번번이 단잠을 방해하지만 오히려 경쾌하게 들린다.

 언젠가 시험을 앞둔 큰아이가 투덜대며 "윗집 애들이 너무 뛰어 짜증 나요." "너희 발소리는 훨씬 컸어, 아이들이 건강해서 나는 소리라 여기렴." 그날 이후 아이들도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 비록 윗집에선 이런 사정을 모르더라도…그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갚으려면 이쯤은 아무 것도 아니기에. 층간소음이 이웃 주민 간 감정을 상하는 단계를 넘어, 살인과 폭력을 불러오는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추세를 바라보며, 노부부와 가정주부의 이해와 배려심을 생각한다면 층간소음도 덜 시끄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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