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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요즘 경제를 걱정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는 세계체제―분단체제―국내체제를 연결한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체제적 접근법의 결여와 특히 중·미 관계가 가져올 강력한 변수에 대해 파악과 적응이 너무 느리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 동아시아권 및 북미권과 긴밀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네트워크의 외곽에 위치해 있고,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중·미 통상 분쟁은 이제 단순치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명성을 날린 바 있는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펴낸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중국이 진짜 적이다. 러시아는 문제가 안 된다. 러시아 경제는 미국 뉴욕 주 정도의 규모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아마도 10년 안에 미국보다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지난 3월부터 미국은 중국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고 7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군사·외교·정치 등 전면적으로 확대돼 ‘신(新) 냉전’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가 됐다. 이제 미국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중국을 무릎 꿇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성공 여부보다는 이번에 반드시 ‘중국을 손보겠다’는 입장을 당분간 바꾸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도 주저 없이 맞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력과 군사력, 사회 시스템에 있어 미국의 월등한 힘이 중국을 옥죈다. ‘중국 필패!’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패하겠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한 행사에서 "우리는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고, 제조업은 자립 기반이 있으며, 경제 발전도 스스로에게 의존할 수 있는 대국"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중국 주재 기자로 활동한 디니 맥마흔 기자는 현지 인터뷰와 취재 경험을 정리한 「빛의 만리장성」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기적 같은 40년 고도성장의 이면에 도사린 허장성세, 돈은 못 벌고 은행 자금만 축내는 좀비 국영기업들, 텅 빈 아파트·빌딩·공장으로 둘러싸인 유령 도시, 돈 떼이기 일쑤인 그림자 금융, 폭탄 돌리기 식 부동산 거품 등 중국 경제의 리스크가 목전에 펼쳐지고 있다"면서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세계 최대 중압단조기계 공장의 직원들, 지방정부의 신도시 개발에 쥐꼬리만한 보상을 받고 토지를 수용 당한 빈농들, 골리앗 전매 당국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소금업자,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생겨난 신종 대출 노예와 개미족들도 종국에는 파멸을 면키 어렵다." 과연 누구의 말이 믿을 만한가? 누가 승자의 샴페인을 터뜨릴 것인가? 궁금증보다 더욱 분명하고 우려되는 바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와 유불리를 넘어 전 세계를 빈곤과 후퇴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재앙이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더욱 우려되는 바는 트럼프를 경원하는 지구촌 분위기다. 대중국 신냉전 논리는 이제까지 트럼프가 동맹국들에 보인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세계가 ‘미국을 이용해 먹고 있다’는 전제 아래 전방위 통상 분쟁을 펼치고 있고, 몇몇 분야에서, 또 중·미 대결에 불안해하는 미국 기업과 중국의 대외 확장을 우려하는 이본·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 국가들의 잠재적 지지에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분단체제에 이런 전개는 엄청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기 어렵게 하려니와 우리의 경제적 미래에 있어 짙은 먹구름을 불러 올 수 있다. 미국이 대중 대결에 집중하느라 동맹국인 우리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을 개연성도 있다. 물론 북한의 고도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그 기회를 우리가 독점할 수도 없고, 러시아로의 북방 루트는 네트워크 이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제의 중국, 안보의 미국에 기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네트워크 공간을 만든 전략적 방안이 시급한 때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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