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담길이 아름다운 용인시 갈월마을 전경.<용인시 제공>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1930년 김영랑 시인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흔히 돌담길 하면 덕수궁 돌담길, 제주도 돌담길, 춘천·보령·김해 돌담길, 전주 송천동 돌담길 등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용인지역에도 멋드러지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옛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돌담길이 있다. 처인구 모현읍 갈담리 갈월마을 돌담길이 그것이다.

 갈담리는 모현읍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 한가운데 경안천이 흐르고 있다. 1914년 갈월(葛月)과 파담(琶潭)에서 한 자씩 따서 갈담리라 했다. 갈담은 옛날에 어영대장을 지낸 정찬술이 낙향해 집을 짓고 ‘갈지담방 시우중곡(葛之潭芳 施于中谷)’이란 시를 지었는데, 여기에서 갈담을 취했다 한다. 파담은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 남구만이 낙향해 개울가에 정자를 짓고 비파를 타면서 유유자적한 데서 유래했다. 갈월마을은 연안 이씨 집성촌이다.

▲ 돌담길이 아름다운 용인시 갈월마을 전경.<용인시 제공>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우리의 문화 돌담. 갈월마을은 그 마음의 안식처인 돌담길을 멋지게 재현해 놓았다.

 갈담마을 돌담은 용인시가 전통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농촌생활환경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늦가을의 시골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갈월마을 돌담길은 돌이 주는 차가운 이미지와는 달리 가슴 따뜻한 옛 추억에 젖어들게 한다. 마을에는 집집마다 인동댁, 도시댁 등 택호가 붙어 있다. 인동댁 집 뒤쪽에는 용인지역 민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당도 있다.

 갈담마을 돌담의 이름은 강담이라고 한다. 강담은 막돌을 그대로 쌓아올리고 틈새는 사춤돌(쐐기돌·돌을 쌓아 올릴 때 돌과 돌의 틈에 박아 돌리는 돌)을 끼워서 쌓은 것이라고 한다. 강담의 또 다른 이름은 돌각담이다. 다소 성기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연적 풍화에 강해서 궁궐이나 지체 높으신 분들이 사는 담장도 이 같은 기법을 사용해 쌓았다고 전해진다.

▲ 돌담길이 아름다운 용인시 갈월마을 전경.<용인시 제공>
 요즘 같아선 시골에 가더라도 보기 드문 돌담인지라 감나무·밤나무 등과 어울려 늦가을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비록 탄복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네 소소한 삶의 이야기와 우리의 전통문화를 가슴으로 담아내기엔 충분한 듯싶다. 해서 더더욱 친근감을 주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래되지 않은 돌담은 그 운치를 고목이 벌충하고 있다. 돌담 위에 군데군데 위태롭게 몸을 뉘고 있는 낙엽들은 성큼 다가온 겨울이 아쉬운 듯 온몸으로 가을을 붙들고 있다.

 마을 곳곳엔 폐가도 있지만 재현된 돌담길은 마을 전체를 휘감아 돌며 마을의 수호신 노릇을 자청하고 있다.

 마음속 풍경화처럼 다가오는 늦가을의 갈월마을 돌담길 전경. 메마른 감나무가 있어 더욱 좋고 쓸쓸한 장독이 더욱 정겹기만 하다.

▲ 돌담길이 아름다운 용인시 갈월마을 전경.<용인시 제공>
 마을 주변에 하릴없이 나뒹굴며 역할을 찾지 못했던 막돌들이 돌담이라는 이름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순간 막돌은 이미 추억과 문화라는 고귀한 위치로 신분상승을 했다.

 여느 시골마을처럼 농부와 아낙의 손길이 꾸밈 없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 향수가 마냥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막돌이 쌓아올린 돌담길의 풍경은 어쩌면 누구나 가슴 한쪽에 그려 둔 ‘내 마음의 풍경’과 궤를 같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갈월마을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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