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6일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문제는 국제유가가 들썩이거나 반대로 급락하면 늘 제기돼 왔다. 하지만 단기적인 인하 정책이 서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유류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10달 동안 10% 인하한 이후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안이 다시 등장했다는 점이다. 유류세 인하안은 과거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딱 두 차례 시행됐다. 그만큼 대형 위기가 닥쳤을 때 사용되는 카드인 셈이다.

 2008년에 사용했던 정책이 나온 것은 경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 같지만 정부도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의미다. 기름값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세는 기본 세율 30% 범위 안에서 정부가 탄력 세율을 적용해 조정할 수 있다. 이번에 유류세 인하 비율이 10%가 아닌 15%라는 점은 국내 경기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파격적 결정은 계속되는 내수 침체, 나아지지 않는 고용 사정 등으로 인해 서민을 위해 내놓는 대책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주유소에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라고 강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지만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주유소의 자율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주유소 간 가격 담합을 조사하는 것 외에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하지만 가격을 일일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피넷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에서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가격 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금을 인하했는데도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정유사, 주유소 모두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경우 휘발유 등의 가격도 계속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로 인한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토대로 한시 인하할 것이 아니라 유류세 전반에 대해 손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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