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소각장과 하수종말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은 말 그대로 인간의 배설을 처리하는 밑바닥이다.

그런 인천의 환경기초시설이 위기다. 내구연한이 목에 찼거나 그 선을 이미 넘었다. 위기단계를 지나 위험단계에 다다른 시설은 겨우겨우 작동을 연명한다. 좀 쓸 만하다 싶은 환경기초시설도 존폐의 갈림길에 있다. 애먼 외자유치시설이 환경기초시설의 자리를 연신 탐한다. 막무가내인 집단이기주의와 행정의 어설픈 관리 능력 탓이다.

본보는 인천 환경기초시설의 현실을 알아보고 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 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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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가 지난 13일 인천시 서구 청라 홈플러스 앞에서 청라 소각장 폐쇄 등 서구지역 3대 현안에 대한 '주민 총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 제공
‘청라 폐기물 소각시설 즉각 폐쇄하라.’ 지난 13일 청라국제도시 홈플러스 앞에서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청라총연)가 집단 시위를 벌이면서 요구한 대목 중 하나다.

청라총연 측은 2015년 내구연한이 끝난 청라 폐기물 소각시설의 대수선과 증설(하루 750t)을 반대했다. 지금의 자리(서구 로봇랜드로 249번길 15만6천㎡)가 아니라 멀찌감치 떨어진 다른 곳에 소각시설 설치를 인천시에 요구했다.

청라총연의 소각시설 폐쇄 요구는 다른 목소리들과 부딪혀 대안 없는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

반면 청라국제도시시민협의회는 청라 폐기물 소각시설의 대보수와 증설 조속 추진을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도 매립 금지 추세에 맞게 소각용량 증설 필요성을 제시한다.

신동근 국회의원은 기존 시설 대보수를 전제로 증설 반대를, 김종인 시의원은 환경 안전성에 대한 주민 설명을 토대로 선 대보수 단계적 증설을 요구한다.

청라총연의 증설 반대는 때늦은 발목 잡기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내구연한이 15년으로 뻔히 정해진 청라 소각시설의 대수선이나 증설 문제에 대해 미리 주민 대화로 풀지 못한 시의 잘못도 크다.

시와 환경부는 하루 500t(250×2기) 처리 규모 소각시설을 준공(2001년 12월 31일)하기 전인 1998년 하루 750t 규모(250×3기)의 처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미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계획 승인과 환경영향평가 협의에도 반영했다. 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한 것이다. 다만, 플라스틱과 비닐류의 배출 증가로 발열량이 늘어 2011년 기존 시설의 처리용량을 하루 500t에서 420t으로 줄여 변경했을 뿐이다.

중·동·서·부평·계양구와 강화군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청라 소각시설의 증설은 하루가 급하다. 2020년 처리구역의 인구는 171만 명(하루 폐기물 발생량 22만1천550t)에 달해 하루 739t의 처리시설이 필요하다. 2025년은 766t, 2030년은 785t의 처리용량 소각시설이 있어야 한다. 시가 청라소각장의 대보수와 증설공사를 지금 당장 시작하더라도 짧게는 32개월에서 길게는 48개월이 걸린다.

시는 수도권매립지에 폐기물을 들여오는 경기도와 서울, 인천 등지 60여 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폐기물 반입총량제(쿼터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어기면 반입 금지나 반입료 인상 등 페널티가 따른다. 단계적으로 매립지 반입 폐기물량을 줄여 종국에는 매립지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인천을 포함한 다른 지자체는 직매립이 아닌 자체 처리시설을 갖춰 소각재만 반입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덮어 놓고 갈 곳 없는 청라 소각장의 폐쇄나 증설 반대를 외칠 때가 아니다. 보일러에 연결된 물 공급관이 낡아 빠진 청라 소각장이 언제 또 멈출지 모른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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