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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물포구락부. /사진 = 기호일보 DB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가꿔야 할 인천시가 오히려 그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지난 25일 중구 제물포구락부에서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방안(개항장 문화시설을 활용한 문화재생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시는 제물포구락부와 인천시 역사자료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옥 고택을 2억5천만 원을 들여 세계 맥주를 판매하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 관계자는 "발표를 보면 제물포구락부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인데, 이미 이곳은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시민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오히려 맥주와 커피를 파는 카페가 되면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만 가는 장소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인천시 역사자료관 역시 게스트하우스로 만들면 숙박하는 이들만 이용할 뿐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시가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의미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1901년 지어진 제물포구락부는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7호로, 건물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페인트칠 하나도 임의로 할 수 없는 시의 문화재이다. 또 문화재 주변 100m 이내에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기에 역사자료관과 그 공간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드는 것 역시 현실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사학계 관계자는 "제물포구락부는 그 옛날 외국인들이 사교 모임으로 사용한 문화 교류의 장소이지, 단순히 술집으로 여긴다면 시가 문화재를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라며 "시가 제물포구락부와 역사자료관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발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제물포구락부는 문화재로 보존하는 게 맞기에 맥주는 팔더라도 조리하는 안주 대신 마른안주만 팔면 된다"며 "아직 확실하게 전해진 것은 아니고, 내년 5월 두 시설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한 후 7월 세부 운영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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