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각각 등재를 신청한 한반도 고유의 세시풍속 놀이 '씨름'이 모두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우리 정부가 대표목록에 등재 신청한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슬링)'(Ssireum, traditional wrestling in the Republic of Korea)을 심사해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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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름.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가기구는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한국식 레슬링)'(Ssirum(Korean wrestling)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도 한국의 씨름과 함께 등재 권고 판정했다.

평가기구는 심사 결과를 등재(Inscribe), 정보 보완(R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세 등급으로 나눠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데, 이 결과는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수용된다.

평가기구는 대표목록 등재 신청서 40건을 검토해 29건은 등재 권고, 9건은 정보 보완, 2건은 등재 불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씨름은 대한민국의 20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는 앞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비롯해 판소리, 강릉 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 문화, 농악, 줄다리기,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북한의 씨름은 2016년 에티오피아에서 개최된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무형유산이 아니라 남성 중심 스포츠 관점으로 신청서가 서술됐고, 국제적으로 기여할 부분과 관련 공동체 보호 조치에 대한 설명도 결여돼 있다"는 이유로 등재에 실패한 바 있다.

북한은 한국보다 2년씩 늦은 시점에 아리랑과 김치 만들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해 2건을 보유 중이다.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인 씨름은 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기술을 사용해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경기로, 명절이나 축제 기간에 열린다.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교육과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승된다.

평가기구는 '대한민국의 씨름'에 대해 "씨름은 국내 모든 지역의 한국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일부로 인식된다"며 "중요한 명절에는 항상 씨름 경기가 있어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씨름에 대해서도 정체성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은 어릴 때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 이웃에게 배운다"며 "사회 모든 차원에 깊게 뿌리박힌 유산으로 사회적 조화와 응집력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우리나라와 북한이 씨름 등재 신청서를 따로 제출한 상황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북 공동 등재에 성공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남북의 씨름은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프리카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개최되는 제13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확정돼 시일이 촉박한 편이다.

그러나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를 추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 점으로 미뤄 유네스코 도움을 받아 공동 등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공동 등재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신청서를 철회한 뒤 공동신청서를 별도로 작성해 내야 한다"며 "일단 북한, 유네스코 사무국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처럼 평가기구 권고 사항과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무형유산위원회가 공동 등재 결론을 내린 뒤 추가로 공동 등재 신청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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