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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형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문화조경사업처장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주경기장이 들어선 동부 스트래트퍼드 지역. 내가 박사과정 유학생활을 했던 동경 최대 유칼립투스 숲과 열대식물원으로 이름난 유메노시마. 이 두 곳은 과거 쓰레기 매립지에서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공통점을 지녔는데 변화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들 지역처럼 혐오시설인 쓰레기 매립지에서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한 곳은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매립장이 가을철 나들이 장소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매립지 내 약 86만㎡ 부지에서 열린 ‘드림파크 가을나들이’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이 36만2천여 명을 넘었다. 처음 행사를 시작한 2004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관람객은 모두 743만6천 명으로 홍콩 인구 수보다 많은 인원이 다녀갔다.

 15회째를 맞은 올해는 공사와 지역주민이 외부 전문가의 도움 없이 머리를 맞대 행사를 치른 첫 번째 해로 의미가 크다. 연초에 준비팀을 꾸려 다양한 꽃 품종을 확보하는 등 행사 전반을 기획했다. ‘추억에 색을 입다’를 주제로 대단지 코스모스, 국화, 핑크뮬리, 바늘꽃 등을 선보였다. 지역 부녀회에서 먹거리 장터를, 지역 아마추어 음악동호회에서 야외무대를, 사회적기업·새마을회·온라인카페 등에서 여러 부대행사를 마련해 풍성함을 더했다. 10일간의 행사를 마치고 지역주민과 행사장 주변 쓰레기를 함께 줍는 등 진정한 상생의 축제로 거듭난 시간이었다. 드림파크 가을나들이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국화축제가 출발점이다. 매립지를 혐오시설로 인식하게끔 방치할 수 없다는 공사 임직원들의 절박함에서 기획된 행사였다.

 바이오가스를 열원으로 활용하는 양묘온실에서 다양한 품종의 국화를 키워 선보였다. 창조주가 가장 나중에 만들어 그만큼 정교하다는 국화의 은은한 향과 화려한 자태에 매립지를 찾은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흠뻑 빠졌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맞춰 치러진 2014년 축제에는 국화작품 3천여 점이 전시됐고 220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 관람객이 찾았다. 2015년부터는 코스모스 등 대규모 꽃밭 단지를 조성하고 드림파크 가을나들이로 이름을 바꿔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드림파크는 글자 그대로 꿈의 공원이라는 뜻이다. 지나치는 것조차 피하려고 했던 쓰레기 매립지를 누구나 와보고 싶은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첫 시도는 황폐한 이곳에 처음 나무심기를 시작한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립지 주민대책위를 찾아 다니며 나무심기의 필요성과 10년, 20년 뒤 찾아올 푸르른 매립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매립지 내 식재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던 때라 나무 고사율이 높아 그 누구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심지어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에 붙어 불이 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을 정도로 많은 것이 서툴렀다. 그렇지만 꿈의 공원을 향한 공사 임직원들의 열정은 쉽게 식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시작된 1천 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은 국화 축제와 함께 매립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식목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미션을 달성하는 날 100만 송이 장미를 안겨드리겠다고 공언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귓가에 울린다.

 현재까지 530만 그루를 심었는데 매립지 전체를 생태 숲으로 만들 그날까지 꾸준히 실천할 일이다. 올해 가을나들이 행사 마지막 날, 북적이는 관람객 한편에 서서 주변을 돌아봤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자연이 빚은 형형색색의 가을꽃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이들의 표정이 밝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가을 하늘을 만끽하는 이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와 아빠, 단체로 소풍 나온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매립지가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돌아보고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는 것 같아 뿌듯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찾아주는 시민들과 행사를 함께 만들고 있는 주민지원협의체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공사에서는 안전시설 등을 확보해 행사장을 상시 개방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매립지가 진정한 꿈의 공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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