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이 한국에서 철수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세계적으로 강성을 자랑하는 자동차 노조와 높은 인건비, 낮은 노동생산성 등 어느 하나 매력적인 게 없다. 반기업 정서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외투기업으로서의 대접은커녕 대부분 노조 편에서 눈치나 본다. 내수 시장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전통적으로 현대차의 독주가 지속돼 오고, 프리미엄 브랜드에선 유럽산 차가 압도적이다. 최근엔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떠나가는 것 같아 신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결국 생산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럴 바엔 철수해서 좀 더 호의적이고 인건비가 저렴한 곳으로 옮기는 편이 나으리라. 괜히 핵심 역량을 집중 투자했다가 죽 쒀서 개 주는 꼴 되면 어떻게 하나.

 정부도 대량 해고만 빼면 절실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회사도 아니요, 여타 외투법인에 비해 기여도가 높은 편도 아니다. 특히 교묘하게 높은 이전가격(Transfer Price) 정책을 취함으로써 한국지엠이 이윤을 내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 놓은 점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연구소와 생산부문의 법인 분할도 한국시장 철수와 연관이 없다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분리하면 언제든 손쉽게 생산 법인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비토권을 주장하고, 청라연구소 지원 혜택을 철회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해 보지만 지엠은 꿈적도 않는다. 법인 분할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기술 법인을 크게 키워낼 지 모르나, 생산 법인에선 발을 빼고 싶은 게 분명하다. 이렇게 끌려가야 하나.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리겠다’는 자세들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원점에서 ‘헤어져선 안 될 이유와 지켜야 할 것의 소중함’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다행히도 한국의 자동차 인프라는 경쟁력 있는 부품공급 능력과 질 좋은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아직까지 받고 있다.

 그렇다면 화두를 미래로 옮겨 4차산업을 위한 혁신과 정책 지원 등 ‘함께 가야 할 이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면 어떨까. 문제를 현재로만 국한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미래와 상생을 목표로 다시 한 번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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