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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35년 전 홍콩의 사업가 후잉샹(胡應湘) 합화실업(合和實業) 회장이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홍콩까지 연결되는 ‘링딩양대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때 베이징의 중앙군사위 주석에 선출된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은 홍콩의 중국 반환협정을 앞두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으나 그 실현은 100년 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중국 토목기술로 50㎞가 넘는 해상대교를 건설한다니…. 더구나 홍콩 반환은 논의 중인 사안으로 마카오의 반환까지 포함하면 요원한 일이다."

 홍콩의 상당수 언론은 이런 기사를 게재하면서 부정적으로 보았다. 홍콩이 고도의 자치와 민주주의 제도가 본토와의 인적 물적 교류와 경제권 통합으로 인해 상실되고 ‘중국화’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깔려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기술과 건설비에 대한 의심이 컸다.

 그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지난주에 개통됐다. 총연장 55㎞로 세계 최장 해상대교는 해저 침매(沈埋 : 완성한 터널을 바닷속에 묻는 과정) 터널에 철골 교체(다리 몸체) 등 세계 기록을 여럿 보유할 정도로 중국 토목 기술의 굴기를 과시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강주아오대교의 개통은 우선 중국 경제의 핵심인 주장삼각주 지역의 상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중국의 첫 개항지이자 개혁·개방 이후 제조업 본거지가 된 주장삼각주는 광저우를 기준으로 동쪽에 홍콩·선전·둥관, 서쪽에 마카오·주하이·포산·중산이 포진해 있고, 삼각주 하구 양쪽에 있는 홍콩과 마카오를 육로로 이동하려면 중국 본토를 경유해야 했으므로 그 필요성은 경제적 의미와 함께 영국과 포르투갈로부터 반환 받은 특별행정구 홍콩과 마카오를 본토와 묶는다는 정치적 의미도 다대했다. 동시에 시진핑 주석의 여러 국정 구상을 연결해 줄 교량이라는 점도 새겨봐야 한다. 즉 이 지역을 묶는 ‘웨강이오 대만구(大灣區 : Great Bay Area)를 미국의 실리콘밸리, 뉴욕 경제권, 일본의 도쿄만을 능가하는 혁신 경제권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곳의 인구는 6억6천만 명, 통합 GDP 1조4천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블록이다. 선전의 혁신 능력, 홍콩의 국제 금융, 광저우의 제조 공장과 배후의 인구를 활용해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대로 삼겠다는 것. 실제로 40년 전 개혁 개방의 사상을 발표하고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면서 광둥성의 선전·주하이·산터우, 푸젠성 샤먼을 중국 역사상 첫 경제특구로 지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고 이후에 다롄·톈진·상하이 등 14곳을 추가로 개방했으나 극적인 성공을 거둔 곳은 선전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선전이 유독 성공을 거둔 핵심적 요인은 홍콩과 인접한 입지였다. 선전은 홍콩의 선진적 자본과 기업 운영 노하우를 바로 들여와 값싼 노동력과 결합하면서 특구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육로로 3시간 넘게 소요되던 거리가 강주아오대교 개통으로 30분이면 가능하게 됐다. 1시간 생활권이 된 셈이다. 지난달 홍콩과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광전강(廣深港)고속철’이 개통되면서 2시간 이상 걸리던 광저우∼홍콩 이동 시간이 48분으로 단축됐고, 베이징∼홍콩도 고속철로 8시간45분이면 가능하게 됐다.

 착공한 지 9년, 건설비가 우리 돈 20조7천억 원이 든 이 교량이 단순치 않은 의미를 가진 이유는 이외에도 많다. 이미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지구촌 국가의 ⅔에 가까운 130여 국가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사업 참여국 사이 화물 무역 규모가 6천50억 달러에 이르고 80여 곳에 경제무역협력구를 만들어 24만 개의 현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중국은 큰소리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뜻과 달리 여러 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기도 하다. ‘부채 외교’라는 미국의 비난에 일정한 진실이 있다. 그렇다고 회의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 정부의 북방경제협력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완성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신(新)남방정책과 연계해 한반도에서 유라시아와 환태평양·인도양을 엮는 큰 흐름을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국 100돌이 되는 2049년에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되겠다는 중국의 목표를 재삼 깊숙이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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