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3월 말 입주 예정인 H4블록과 맞닿은 H2블록 내 골재 선별 파쇄 업체가 여전히 영업 중이다.(왼쪽)고림고등학교 인근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지붕의 폐공장이 방치돼 학부모들과 고림지구 입주예정자들이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제공>
‘용인시 고림지구의 난개발 해결해 주세요.’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이 같은 제목의 청원글이 올랐다.

고림지구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구 내 도로·공원·학교 등 기반시설 미비와 공장 악취, 위험에 노출된 통학로 문제 등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난개발을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시에 문의하면 기반시설과 공장 이전은 고림지구 시행사의 부담이라며 사업 시행까지 기다리라는 답변이었다"며 "고림지구의 답답한 현 상황을 살펴서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간청했다.

해당 청원에는 29일 오전 10시 현재 1천124명이 참여했다. 해당 청원은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참을 이끌어 내 청와대의 답변을 듣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림지구 난개발 현장을 한 명에게라도 더 알려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처럼 고림지구는 지구단위계획이 가지고 있는 폐해가 모두 집약된 곳이다. 특히 관이 입안·결정한 지구단위계획을 방치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블록별 개발 시기와 사업자별 기반시설 부담구역이 제각각인 탓에 야기되는 ▶땜질식 기반시설 설치와 폐공장의 유해환경 방치 ▶기약 없는 지구 내 공장 이전 ▶입주 따로 학교 따로 등 문제가 많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이용계획과 건축물계획이 서로 환류되도록 하는 중간단계의 계획으로, 평면적 토지이용계획과 입체적 시설계획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수립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고림지구의 경우 지구단위계획 수립 취지는 정당했다. 기능을 상실한 도심 일반공업지역을 계획적으로 개발해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문제는 지구단위계획을 입안·결정하면서 기반시설 설치계획을 민간사업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긴데다, 공장 이전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구단위계획 입안 당시는 물론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의 태도는 ‘어떻게든 되겠지’다.

내년 3월 말 입주 예정인 H4블록의 경우 준공조건이 지구 외곽도로 1-3호선 구간 중 일부 구간을 4차로로 확·포장하는 것이지만 도로부지에 통닭용 신선육 생산업체인 A사 건물이 포함돼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공장 이전이 기약 없어 우선 3차로를 개통해 임시사용승인을 받는다는 입장이지만 입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어 민원 폭탄 가능성이 높다.

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사가 포함된 H2블록 일부 부지의 용도지역을 상향 조정(제2종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해 고밀도 개발이 가능하게 하고, 공장 측에서 요구하는 보상가를 사업자가 수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2블록 사업자가 이 같은 제안을 할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안 도시계획부 이학렬 상무이사는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구단위계획은 규제밖에 되지 않는다"며 "사업이 지지부진한 블록은 공영개발로 전환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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