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가꿔야 할 인천시가 오히려 그 가치를 훼손하려 든다는 지적이다. 인천시가 지난 25일 중구 제물포구락부와 인천시 역사자료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옥 고택을 세계 맥주를 판매하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개항장 문화시설을 활용한 문화재생안’을 발표하자, 특정인에 한정된 공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문화재 보존은커녕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제물포구락부와 역사자료관은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유롭게 이용되고 있다. 제물포구락부는 각종 오락기구가 갖추어져 있던 종합 위락공간으로서 각국 인사들의 사교 모임으로 사용한 문화 교류의 장소로, 오히려 카페가 되면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만 가는 음주장소가 되고 만다.

 인천시 역사자료관 역시 게스트하우스로 만들면 숙박하는 이들만 이용할 뿐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문화유산을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의미를 역행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1901년 지어진 제물포구락부는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7호로, 건물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또 문화재 주변 100m 이내에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기에 역사자료관과 그 공간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드는 것 역시 현실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가 제물포구락부와 역사자료관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발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통과 협치 시정을 강조한 시정부가 역사학계 등 시민사회와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지역사회 반발은 뻔한 일이다. 무관심과 정책 부재가 지속한다면 문화유산 훼손은 분명한 일이다. 역사적 사실을 지닌 실체인 동시에 문화시설과 관광자원으로서 문화인프라로 파악하는 전향적인 의식변화가 요망된다. 문화유산은 존재 자체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새로운 문화를 태동시키는 공간이다. 따라서 품격 제고를 통한 관광 자원화 및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문화유산의 보존·활용 대책이 요구된다. 아울러 도시재생의 핵심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자원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찾고, 지역과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특화된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인천시민의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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