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류수 수질 초과에도 불구하고 재건설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승기하수처리장 전경.  <인천시 제공>
▲ 방류수 수질 초과에도 불구하고 재건설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승기하수처리장 전경. <인천시 제공>

이도 저도 아니다. 세월만 그냥 흘려보냈다. 그 사이 고통은 주민들의 몫이었다. 무능한 행정의 정형이었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승기하수종말처리장 재건설을 두고 하는 말이다.

30일 인천시에 따르면 승기하수종말처리장으로 들어오는 남동인더스파크의 폐수를 전처리하는 시설 건설을 강구하고 있다. 내년 하루 3만t 규모(추정 사업비 350억 원)의 처리용량을 갖춘 전처리시설 설치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벌일 계획이다. 남동인더스파크의 폐수 유입으로 방류수 수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데다가 악취민원이 발생한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김진한 인천녹색환경지원센터장은 승기하수처리장(하루 처리용량 27만5천t)의 방류수 수질기준 초과일수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67일, 총질소(T-N)가 337일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처리시설이면 당장 폐쇄돼야 마땅할 뿐만 아니라 시설운영자는 벌써 사법처리됐을 법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시의 전처리시설 강구는 승기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 초과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그동안 수없이 논의해 온 승기하수처리장의 재건설 문제를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후폭풍이다. 시는 승기하수처리장 재건설(24만5천t·추정 사업비 3천200억 원)을 놓고 2015년 말부터 지역주민, 관계 기관 등이 참여한 시민간담회를 진행했다. <관련 기사 3면>

시는 승기하수처리장 터(22만6천765㎡)를 용도변경해 도시개발을 벌여 그 수익금으로 남동인더스파크 제1유수지에 새 하수처리장을 짓는 민간사업을 염두에 뒀다. P사와 N사, G사 등 민간사업자들이 제안까지 했다. 시는 남동구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슬그머니 발을 빼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재정사업(사업비 3천200억 원)으로 새 하수처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시는 재정위기단체로 묶여 있었다.

사실 재정사업으로 승기하수처리장을 재건설하겠다는 시의 계획은 ‘시간끌기’에 지나지 않았다. 시의 하수도특별회계 가용예산은 연간 100억~20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승기하수처리장을 재건설하는 데만 짧게는 16년, 길게는 32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승기하수처리장을 재건설하려면 하는 수 없이 일반회계를 투입해야 하지만 연간 700억 원에 달하는 건설사업비를 감당하기에는 시 재정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민간투자사업을 통한 재건설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전 장소도 송도국제도시 11공구와 남동인더스파크 제2유수지, 남항하수종말처리장 등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보여 준 시의 행태로라면 곁가지인 전처리시설을 설치하고, 근본적인 승기하수처리장 재건설 문제는 덮어 둘 공산이 크다. 원칙과 방향성도 없는 시의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정책은 시민 고통을 담보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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