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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교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1929년 발생한 세계공황의 와중인 1932년 대통령에 당선돼 뉴딜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새로운 정책의 대표적인 정책은 실업자 구제를 위한 일자리 정책, 에너지 생산과 홍수 조절을 목적으로 한 테네시계곡 개발 공사, 산업진흥을 위한 국가산업부흥법 제정과 공정경쟁 규약 시행, 농업생산을 제한하려는 목적의 농업조정법 제정, 노령자와 의존적인 사람 및 실업자를 위한 사회보장법 제정 등이었다. 좁은 지면에 루즈벨트의 새로운 정책을 일일이 되새겨 볼 여유는 없지만, 그의 일자리 정책에 흥미로운 상반되는 사례가 있다. 뉴딜 초기 루즈벨트는 실업자 구제를 위해 민간자원보존단이란 것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하루 1달러 정도의 수당을 지불하고 식목, 홍수 예방 등의 일을 시켜,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1941년 200만 명을 넘어설 정도였지만, 이는 미봉책이었을 뿐이다.

 이에 반해 ‘금주법’ 철폐는 맥주 제조와 판매를 불러와 연관 산업에 실업자를 고용하게 만들고 국가 수입을 증대시켜 경제회복과 정책 운용에 크게 기여했다. 뉴딜정책은 1932년 루즈벨트 당선 시기에 약 25%이던 실업률을 1938년 20% 정도로 낮추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20% 이하로 낮추었을 정도로, 실업자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경기를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그 까닭은 ‘노변정담(爐邊情談)’으로 유명한 루즈벨트의 설득과 의회의 개혁 입법이 시장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청년들이 군에 입대하고 전시수요로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미국은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했다. 이리하여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자유주의에서 국가개입주의로 정책의 전환을 가져온 정책의 효시이자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은 1943년 쿠데타로 군부정권에 참여해 육군장관 겸 노동복지부 장관을 맡고, 1946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1951년에 재선됐다. 그는 장관 시절부터 원주민과 소외계층 챙기기에 관심을 가져 집권한 후 공공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특히 그의 두 번째 부인 에바 페론은 대중의 욕구를 즉흥적으로 제공하고자 하여 학교, 병원, 고아원 등 자선기관을 설치하며 시혜적인 자선 활동을 전개했다)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높은 임금과 값싼 소고기를 원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고자 했다. 페론이 추진한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은 외자 부족으로 실패했고, 그는 노동 통제를 강화하고 대통령 권력을 강화하면서 노동자와 갈등을 벌이던 중 1955년 군부쿠데타로 실각해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이후 집권한 정권의 무능과 페론시대에 향수를 가진 아르헨티나 국민의 지지를 얻은 페론당의 기세에 힘입어 페론은 1972년 귀국해 이듬해 다시 대통령에 당선돼 집권하다가 1974년 사망했다. 그 결과는 아르헨티나 정국의 혼란과 경제 파탄이었다. 1985년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3위의 채무국가로 책무 액수는 480억 달러였다. 그 주요 까닭은 페론의 선심성 정책노선 탓이라 할 수 있다. 페론시대에 빈부격차가 좁혀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그의 정치노선 페론이즘은 가장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세계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가을 한국의 경제 전망 역시 어둡다. 투자는 줄고 주가는 추락하며 수출 증대도 미미한 것이 오늘의 한국 경제 실정이다. 정부가 공공기관과 사기업에 고용과 투자를 채근하고 스스로도 아르바이트 수준의 단기 일자리를 제공한다 하나, 그것으로 장래가 창창한 젊은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경쟁력 없는 노동 고용을 강요받은 기업이 외국의 기업과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을 창출해 고용을 늘릴 수 있겠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오늘의 경제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미봉적인 일자리 정책으로는 아니 되며 ‘신장개업’ 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딜과 페론이즘 언저리의 현 정부 경제정책, 어느 길을 갈 것인가? 혁신과 미봉, 큰 선택의 기로에 있다. 진정한 경세가라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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