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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이강인이 지난 8월 12일 레버쿠젠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포효하는 모습 <발렌시아 구단 홈페이지 캡처>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이강인이 31일(한국시간) 스페인 사라고사 에스타디오 데 라 로마레다에서 열린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레이) 에브로전 선발로 나섰다.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 유럽 프로축구 공식 경기 데뷔전이었다.

2001년 2월 19일생인 이강인은 만 17세 253일(현지시간 기준)의 나이로 유럽 프로축구 데뷔전을 치러 남태희(알두하일)가 갖고 있던 기록(18세 36일·프랑스 리그앙)을 넘어섰다.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데뷔((18세 111일·독일 분데스리가)보다도 7개월 이상 빠르다.

이강인은 이날 32강 1차전에 2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 후반 38분 알레한드로 산체스와 교체될 때까지 총 83분간 뛰었다.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여러 차례 인상적인 장면을 선보였다. 특히 후반 10분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시도한 왼발 슈팅이 골대 위를 맞고 나가 못내 아쉬웠다.

스페인 주요 매체들은 이강인의 1군 정식 경기 데뷔를 비중 있게 다뤘다. 스페인 매체 AS는 "2001년생인 이강인이 1군 경기에 데뷔했다. 아시아 선수가 발렌시아에서 1군 데뷔 경기를 치른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발렌시아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이강인을 신뢰하는데, 이미 그는 올 시즌 1군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 마르카는 "17살 이강인이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프리시즌에 1군 경기 출전 기회를 잡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라고 알렸다.

지금까지 이강인에게 ‘어린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5월 만 19세 이하(U-19) 대표팀 막내로 툴롱컵 국제축구(프랑스 개최)대회에 참가했다. 2살 많은 대표팀 형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여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상대 팀들은 대부분 21세 이하 선수들로 꾸려졌다. 그는 4살 많은 형을 앞에 두고 현란한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 주기도 했다. 이강인의 ‘축구 월반’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만 6살이던 2007년 TV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축구 영재’로 주목받은 뒤 그해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무려 6년을 월반해 U-12팀에서 뛰기도 했다.

2011년 스페인으로 건너가 발렌시아에 입단한 이강인은 유럽 현지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펼치며 계속 월반했다. 지난해 12월 발렌시아 2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올해 7월 프리시즌 스위스 로잔 스포르와 연습경기를 통해 1군 무대를 처음 밟았다. 8월 독일 레버쿠젠과 프리시즌 경기에선 1군 첫 골을 기록했다. 남들은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유스시스템 과정을 연거푸 훌쩍 뛰어넘었다.

발렌시아 구단도 10살 차 이상의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던 이강인을 특별관리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이강인의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보호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발렌시아 구단이 이강인의 스페인 귀화를 추진한다는 보도를 했다. 그는 주변의 관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가 결국 공식 경기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강인의 ‘월반’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 시즌 스페인 정규리그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본선, U-23 대표팀이 출전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빠른 성장 속도로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내년 즈음 한국 A대표팀 승선도 노려 볼 만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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