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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인천시 남동구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도시공원 내 생물 포획은 금지행위에 해당된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모처럼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던 31일 오후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갯벌을 다양한 생물군락지 및 철새도래지로 복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다양한 생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습지를 왼쪽에 끼고 걸어가자 사람만큼이나 키가 큰 갈대들 사이로 게 관찰 데크가 길게 뻗어 있다. 데크 위를 걸어 습지 한가운데로 들어가니 오리 한 쌍이 보인다. 그 오리 옆에 반쯤 묻혀 있는 쓰레기도 보인다. 바로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통발·낚싯대·담배꽁초였다.

습지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각종 생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갯골이 쓰레기로 오염된 모습을 보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겨우 눈길을 떼고 돌아서자 한 60대 남성이 길가에서 습지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가 맨 가방에 걸려 있는 낚싯대가 눈에 띈다.

"평일이라 그런지 오늘은 낚시꾼들이 많이 안 오네. 주말은 원래 더 많이 오는데. 망둥어 매운탕이 얼마나 별미인데. 물 좀 더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늘도 잡아야지."

낚시꾼에게 인사를 건네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습지공원이 낚시금지구역이라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일깨워 주자 돌아오는 답변이 의외였다.

"낚시 금지는 알고 있지. 갯벌이 생태계 유지에 중요하니깐 금지한다더라고. 그런데 우리가 많이 잡아가는 것도 아니고 이 근처에 오래 살았으니 사무소에서 사정을 많이 봐주는거야"라고 말한 후 그는 그 자리에서 낚시할 시간을 기다렸다. 낚시 금지라 쓰여 있는 데크 옆 하얀 팻말이 무색했다.

현재 소래습지생태공원은 도시근린공원으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라 공원 내에 서식하는 동물을 허가 없이 포획할 경우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단속기관은 인력 부족으로 불법 낚시꾼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약 350만㎡에 달하는 공원 전체를 관리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된 단속직원은 1명뿐이기 때문이다. 또 직원이 낚시꾼에게 신분증 등을 요구할 권한이 없어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한 인적사항을 수집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낚시꾼들을 적발해도 단순 계도해 돌려보내는 데 그쳐 불법 낚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갯벌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찾아오는 천연기념물 저어새 등 철새들이 많다"며 "낚시꾼들로 인해 서식을 방해받으면 새들이 산란을 못하는 등 생태계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관할 기관 관계자는 "낚시꾼을 계도하면 대부분 금세 철수한다"며 "상습적 불법 낚시꾼이 아닌 경우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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