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국민 단 한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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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한 뒤 "그것이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며 우리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미 세계은행·IMF(국제통화기금)·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많은 국제기구와 나라가 포용을 말한다. 성장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과 중·하위 소득자의 소득증가·복지·공정경제를 주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도 같은 취지"라며 "포용적 사회·포용적 성장·포용적 번영·포용적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우리 사회의 가치와 철학이 될 때 우리는 함께 잘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야 개인도 공동체도 행복할 수 있다"며 "국민 노력으로 우리는 '잘 살자'는 꿈을 어느 정도 이뤘지만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경제가 이룩한 외형적인 성과와 규모에도 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이 현실"이라며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으로, 발전된 나라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도 않다.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지고, 불평등·불공정이 우리 사회 통합을 해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며 "역대 정부도 그 사실을 인식하며 복지를 늘리는 등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지만 커져가는 양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기존 성장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거론하며 "새롭게 경제기조를 바꿔 가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고령층 등 힘겨운 분도 생겼지만 '함께 잘 살자'는 노력과 정책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 변화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고 나서야 바다로 흘러가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작년 3%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올해 다시 2%대로 되돌아갔다.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내리막으로 꺾이는 등 대외여건도 좋지 않다.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정 여력이 있다면 적극 재정 운용을 통해 경기 둔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양극화·저출산·고령화 같은 구조적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내년 예산안은 세수를 안정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늘어나는 세수에 맞춰 지출 규모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는 포용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예산"이라며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2% 증가한 23조 5천억 원을 배정했다. 혁신성장 예산도 크게 늘려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성장과 일자리에 함께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계소득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예산을 대폭 늘리는 한편, 의료·주거·교육 등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을 올해 11조 원에서 12조 7천억 원으로 늘렸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면서 "내년에 국공립 어린이집 450개를 더 만들고 국공립 유치원 1천개 학급 확충도 내년으로 앞당겨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눈앞에 와 있다.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방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 공동 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선이 바로 눈앞에 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기차로 유라시아 대륙을 넘고,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통해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나아갈 것"이라며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 강한 국방으로 평화를 만들어가겠다. 평화야말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했다. 한국형 3축 체계 등 핵심전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방 연구개발예산을 늘려 자주국방 능력을 높여나가고자 하며, 험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장병의 복지를 확대하고 군 의료체계를 정비하는 등 복무여건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협력,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 간 합의한 협력 사업도 여건이 되는대로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북한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국회가 꼭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우리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노심초사에 마음을 함께 해달라"며 "남북 국회회담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정부로서도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정부와 국회,·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11월부터 시작하기로 국민께 약속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가 협력 정치의 좋은 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우리 정부의 확고한 국정지표로, 국민은 일상에서의 작은 불공정도, 조그마한 부조리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원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 요구에 응답해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기관 정상화를 위한 법·제도의 정비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도출했는데, 국회에서 매듭을 지어주시기 바라며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법안도 하루속히 처리해 주시길 바라다"며 "국정원은 국내 정보를 폐지하는 등 스스로 노력으로 개혁을 추진해 왔다. 국회가 국정원법 개정을 마무리해 국민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의 아픔을 덜어달라"며 "민생법안에 대해 초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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