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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신덕 경기도의회 의원
바야흐로 농익은 가을이다. 지독하게 더웠던 무더위도 기억 저편에 있고 한반도 최초 벼 재배지인 김포의 벼들도 물 들은 단풍과 호흡을 같이하며 누렇게 고개 숙인다. 하늘은 높고 얼굴을 매만지며 지나가는 상쾌한 바람은 미소를 부른다.

 창밖으로 펼쳐진 형형색색의 단풍은 어디론가 나들이 가고 싶은 마음을 부채질하는 시절이다.

 나들이 가기 좋은 호시절에 가을의 길, 소풍길 등으로 가슴 벅차오르게 하는 내 고장 김포의 가 볼 만한 길이 평화누리길이다.

 김포 평화누리길 1코스인 ‘염하강 철책길’은 총 16.6㎞ 거리로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시작점이 되는 대명항은 소래포구보다 관광객들이 붐비지 않아 차분한 분위기에서 예스러움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재래식 포구다.

 포구 어판장은 각종 생선과 젓갈, 꽃게 등을 도열시켜 놓고 어촌 사람들과 지역주민, 관광객 등으로 활기차게 흥정하며 포구 속 삶의 현장을 그대로 연출한다.

 살이 꽉 찬 수꽃게, 수족관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활어, 김장철 양념 속의 대표 젓갈인 새우를 보고 있노라면 자칫 나들이를 뒤로하고 식도락의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리고 62년간 바다를 지켜오다 2006년 12월에 퇴역한 상륙함을 활용해 조성한 수도권 최초의 함상공원에서 해상초계기, 단정, 수륙양용차 등 다양한 볼거리를 구경하고 나면 평화누리길로 쓰여진 아치 조형물이 나타난다.

 염하강 철책길이라 이름 지어진 평화누리길 1코스 입구를 개선문 삼아 들어서면 높은 철책선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남북 간 평화의 훈풍이 도는 시대적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고 기다려준 조형물 때문인지 긴장감보다는 가슴 한 편 훈훈함이 밀려온다.

 가을을 벗 삼아 산책하는 길로 좋다. 그것도 아주 좋다. 길 자체가 평탄스럽고 철책선은 풍경을 즐기며 나들이하는 동안 안내자를 자처하며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같이한다.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강화만을 거쳐 서울로 진입하는 손돌목에 설치한 사적 제292호 덕포진이 보이는데 군사적 요충지로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서구열강과 치열하게 싸웠던 격전지였다. 바삭바위로 불리우는 쇄암리를 지나고 나면 원모나루가 나타나는데 ‘높은 언덕’이라는 의미를 지녔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나루 주변에 공출 창고와 가마니 창고를 두고 쌀을 약탈해 일본으로 실어가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염하강의 절경에 심취해 걷다 보면 평화누리길의 종착지인 문수산성이 웅장하고 멋스러운 자태로 맞이한다.

 문수산성은 강화의 갑곶진을 마주보고 있는 험준한 줄기에서 해안지대를 연결한 성으로 조선 숙종20년(1694년)에 갑곶진과 더불어 바다로 들어오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고, 강화도 방어를 위해 서문, 남문, 북문 등 총 3개의 문을 연결해 축성했다. 그러다 고종3년 병인양요(1866년)때 프랑스군과 격전을 치르며 서문과 남문, 북문이 모두 소실됐던 것을 복원한 것이다.

 평화누리길 1코스의 종착역인 문수산성을 내려오면 다시금 평화누리길 2코스로 애기봉까지 이어지는 8.0㎞의 ‘조강철책길’이 손짓한다. 코스는 문수산성 남문에서 시작해서 문수산 정상, 애기봉 입구까지 코스로 조강저수지를 지나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북한 땅이 바로 지척으로 보이는데 철조망을 걷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평화누리길 3코스는 ‘한강철책길’로 애기봉 입구부터 후평 철새도래지를 거쳐 전류리포구까지 17㎞이다. 내 고장 김포지역의 평화누리길 구간은 이렇게 총 3개의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김포 평화누리길로 가족, 친지, 친구들과 나들이를 떠나보자. 이렇게 좋은 길이 어디 있으랴!

 자연이 연출하는 시간의 절경 속에서 분단의 아픔을 평화로 승화하며 상쾌한 바람을 느껴보자.

 늦가을 평화누리길의 아름다운 풍경은 걷는 이의 얼굴에 평화의 기운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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