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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은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로 편견과 차별이 쌓아 올린 폭력성을 영리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흑인 남자친구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아 발생하는 사건들을 따라간다. 돌아가신 조부모님을 비롯해 가족 구성원이 모두 의사인 로즈는 자신의 보모님을 개방적인 분들이라 소개한다. 특히 아버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였음을 강조하며 남자친구의 긴장을 덜어주려 한다. 다행히 로즈의 부모님은 지적이고 따뜻한 분들이었다. 그러나 집안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불편했다. 정원사와 가사도우미는 모두 흑인이었고 로즈의 어머니는 최면요법으로 금연을 도와주겠다는 내키지 않는 제안을 한다. 설상가상으로 가든파티에도 참석하게 된 크리스는 수 많은 백인들 사이에 이방인처럼 끼어 기를 못 펴고 주눅든 채 억지 미소를 지어야 했다. 크리스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육체를 찬양하는 말로 대화를 열었고, 은근한 눈빛과 손길로 크리스와 악수를 나눴다. 이 모든 상황이 부자연스럽고 불편했던 크리스가 자리를 비우자 파티의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질병이나 고령으로 죽음을 앞둔 백인들은 흑인의 육체에 자신의 뇌를 이식하는 코아귤라 수술로 새로운 삶을 얻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매에 붙여진 크리스는 비싼 값에 팔려나갔고,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가 거칠게 대항하자 가족들은 최면술을 동원해 그 제압한다. 이 끔찍한 악몽에서 크리스는 탈출할 수 있을까!

 

 그간 적지 않은 영화들이 인종차별의 부당함과 비인권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휴머니티나 정의의 관점으로 접근한 것과는 달리 영화 ‘겟 아웃’은 코미디와 공포를 경합해 여전히 백인중심 사회인 미국에서 살아가는 흑인들의 현실을 섬뜩하게 담아냈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조던 필레는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고 언급하며, 비단 학대와 비하처럼 직접적인 폭력만이 차별이 아니라 피부색 자체로 구분하는 것도 차별이라고 했다. 영화 속 크리스는 이유 없이 백인들 사이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여줬으며, 여자친구가 교통사고를 낸 상황에서도 경찰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해야 했다. 외진 곳에서 홀로 걷던 흑인은 수상한 흰색 승용차가 자신을 뒤따르자 막연한 불안감에 오던 길을 되돌아 가기도 하는 등 이 작품은 흑인이기에 느끼는 공포, 차별, 편견, 불안 등을 일상적인 상황과 함께 최면술 및 뇌 이식 수술이라는 기괴한 설정의 결합을 통해 차별의 폭력성에 대한 공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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