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국내 발레공연 중에는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인 ‘호두까기 인형’이다. 발레의 전통 레퍼토리처럼 자리잡은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 단골 손님이며, 동시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국내에서 당시 크게 새 버전으로 나뉜 가운데 경기도내 발레단에 의해 가장 독창적이라 평가 받는 ‘호두까기 인형’이 탄생했다. 2002년 과천시민회관 상주단체로 발을 들인 ‘서울발레시어터’가 그 주인공이다.


# 독창적+한국 정서까지 녹아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은 초대 상임안무가인 제임스 전의 열정이 담긴 작품으로, 한국 정서까지 녹였다. 발레공연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드레스는 물론, 한복이 등장하는가 하면 상모돌리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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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발레시어터-호두까기 인형
특히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란 메이저 발레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메이저의 틈 사이에서 순수 개인이 창단한 민간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호두까기 인형’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후문이다. 국립발레단의 그것이 발레 기교에, 유니버설발레단은 비주얼에 장점을 보였다면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은 다양한 구성이 돋보인다.

 ‘창작모던발레’를 지향하는 서울발레시어터의 모토가 집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진수 단장은 "연말 무대에 올리는 호두까기 인형이 굉장히 중요하다.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호두까기 인형 뿐 아니라 앞으로도 실험적이면서 대중성 높은 작품들을 많이 무대에 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지난해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빨간구두-영원의 춤’을 공동제작한 서울발레시어터는 지역 예술 발전에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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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발레시어터-'콜라 비'
올해는 상주단체 신작으로 제작한 ‘Colla.B’가 90%의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주목 받았다. 발레와 함께 재즈안무,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을 섞어 4개의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말 그대로 무용계의 컬래버레이션이다. 한 번의 공연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기 위해 안무가들과 계속 논의 중이다. 서울발레시어터는 또 발레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2014년 초연된 ‘댄싱 뮤지엄’은 극적 요소가 진한 작품으로, 상주단체 교육사업이 모태가 됐다. 이밖에 ‘과천시민발레’, ‘발레와 노닐다’ 등 지속적으로 과천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사회공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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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발레시어터-댄싱뮤지엄
 

 # 바뀐 수장, 또 한 번의 ‘도약’

 1995년 김인희 초대 단장이 창단한 서울발레시어터는 현재 제 3대 최진수 단장(예술감독) 체제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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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발레시어터-최진수 단장(왼쪽)과 전은선 부예술감독
동갑내기인 전은선 부예술감독이 함께 하고 있으며, 30명 안팎의 단원이 상주한다. 창단 이후 100여 편의 창작 레퍼토리를 보유 중이며, 22개국 150여 개 도시에서 3천 회 이상의 공연을 해왔고, 5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민간 발레단으로서는 드문 업적이다.

최근까지도 연 80여 회의 공연을 해오고 있는 서울발레시어터는 올해 수장이 바뀐 만큼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 단장은 "사실 끊임 없이 고민되는 게 ‘예술’과 ‘상업’의 줄다리기다. 어느 하나 놓칠 수 없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해 왔듯, 이 둘을 함께 가지고 갈 것이며 관객은 물론, 발레인이 사랑 하는 발레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은선 부예술감독은 "우리 발레단은 무엇보다 가족적이다. 단원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한다. 이 때문에 안무나 작품이 획일적이지 않고 개성이 돋보인다. 이 점을 잘 살려 좋은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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