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파괴형 독재자 동탁을 제거할 때 왕윤이 천하절색 초선을 이용한 미인계(美人計)만을 쓴 것이 아니다. 왕윤은 제거의 칼을 쥔 여포에게 한껏 경고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장군께서 이제 한나라 왕실을 일으켜 세운다면 바로 충신이시니 그 이름이 역사에 길이 빛나 영원히 아름다운 향기로 전해질 것이 오며 그렇지 않고 동탁을 돕는다면 바로 반역자가 될 터이니 더럽혀진 이름은 역사가의 붓 끝에 기록돼 악취가 일만 년 후에도 진동할 것이오[遺臭萬年]."

 삼국지 무대에서 여포는 용맹한 장수이나 꾀가 부족하고 생각이 단순해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는 한심 무쌍한 인물로 묘사돼 있으나 그 역시 인간인지라 일말의 정의감이 없었을 리가 없다. 물론 미녀 초선을 갖게 되리라는 희망도 있었겠으나 아무튼 그는 왕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넙죽 절하며 "이제 단단히 결심했으니 대감께서는 더 이상 의심하지 마십시오" 하고 동탁을 제거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민주주의에는 선악(善惡)이 없다’지만 정치하는 진정한 이유만큼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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