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소송 제기 후 13년 8개월 만에 판결이 이뤄지면서 그동안 원고 4명 중 3명은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신일본제철에 강제 징용돼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을 전혀 받지 못 했다. 이에 1997년 일본 법원에 1인당 1억 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후 2005년 우리나라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신일본제철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를 서울고법이 재심리해 2013년 신일본제철이 1억 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신일본제철이 재상고했다. 5년 넘게 재판을 미뤄왔던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에 해당 사건을 배당하고 최종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반도 내에서 수백만 명이 일제에 강제 징용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굶주림이나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에 여야는 30일 이번 승소 판결이 나오자 일제히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판결에 사과는커녕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판결이 나자 항의 담화를 발표하고, 이수훈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에서 일본과 비슷한 전쟁의 역사를 지닌 독일에서는 1950년대 나치 피해자 연방 보상법을 통해 개인 보상을 진행했다. 유대인을 지원하는 법률 등으로 홀로코스트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이행했다.

 1959∼1964년에는 다른 서구 피해국과 개별 협정을 맺어 보상을 실시했다. 2000년대에는 정부와 당시 강제노동 관련 기업들이 6조 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해 재단을 설립 후 여러 국가의 징용 피해자들에게 개인 보상을 시행하기도 했다. 전쟁의 상흔을 잊지 않고 사죄하는 독일의 자세가 일본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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