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시정 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은 ‘일자리와 혁신성장, 가계소득과 사회안전망’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경질론이 나오고, 대통령 스스로도 2%대 저성장 고착화를 인정하는 분위기라 내심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물론 대통령이 언급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국민의 전 생애를 책임지는 사회 안전망’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런 언어의 성찬보다 경제정책, 특히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심각해지는 고용 참사에 대해 ‘과연 실질적인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듣고 싶었을 것이다.

 작금의 한국경제는 기대 이상 걷히는 세금을 제외하고 어느 하나 밝지가 않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잠재성장력 약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수출 위기, 주력산업 침체와 중국 굴기, 기업을 옥죄는 정책과 경영권을 위협하는 규제, 과도한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성장에 반하는 요소들만 넘쳐나고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은 일자리 문제로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지난 1년 반 동안의 경제 정책을 보면 소득주도 성장, 공무원 증원 주도 성장, 공공알바주도 성장이라는 표현 외에 달리 떠오르는 게 없다. 한마디로 세금을 쏟아 붓는 비효율적인 일자리 정책 일색이다. 이번 시정 연설도 이러한 난제를 어떻게 극복해서 ‘함께 잘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었다.

 기업이 왜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번 고용하면 회사가 어려워져도 내보내기 어려운 환경이니 형편이 좋아도 채용을 늘릴 수 없는 것이다. 청년층이 몰리는 질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공공기관 강성 노조에 의해 장막이 쳐져 있으니 실업자가 넘쳐나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일자리 양’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지 않는 데 있다. 이것이 대기업을 해외로 몰아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궁지로 몰아넣고, 내수침체와 저성장을 공고화시키는 원인이다.

 아무리 세금을 쏟아 붓고 경제 수장을 교체해도 (일자리 질에서 양으로)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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