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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한국지엠이 법인을 두 개로 분리했다. 올 4월 약 8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을 통해 거부권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으나 인적자원 분리 형태의 법인은 해당되지 않아서 거부권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과 이미 4월에 법인 분리 내용을 미리 인지한 상태라는 측면에서 산업은행이 더욱 문제가 크다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도 법인 분리에 대한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이 또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거부되면서 거부에 대한 명분도 없어졌다. 법인 분리에 대한 문제가 큰 이유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될까?

 우선 법인 분리에 대한 문제이다. 과연 한국지엠과 미국GM 사이의 효율적인 차량 개발과 활성화를 위한 방법일까? 물론 제작사마다 방법은 있고 이유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리어 지금의 방법은 몸을 섞고 함께 하여 좋고 가성비 좋은 차량을 개발 보급해 크게 떨어진 점유율을 올려야 하는 숙제가 더욱 중요하다. 제작사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차량 판매라는 기본 원칙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한국지엠의 경영상 적자 누적 등 철수나 존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법인 분리는 타이밍도 아니고 해야 할 과제도 아니다. 글로벌 제작사치고 이런 순간에 법인 분리를 하는 기업은 GM이 유일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산업은행도 그렇고 노조도 크게 반발하는 이유이다.

 법인 분리의 효과는 무엇일까? 조선 세조 때인가 살생부가 생각난다. 결국 가성비 좋은 부류와 처리해야 할 부류로 나눠 우선 분리한다는 생각이 난다. 5천 명 이상의 연구 개발직은 노조와는 무관하면서 글로벌GM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하기도 하고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임에 틀림이 없다. 부평의 시험시설이나 주행시설도 매우 뛰어나서 연구 인력과 함께 가성비를 최고로 높일 수 있는 조직이다. 우리가 각종 시설이나 조직 등을 마지막 처리할 때 쓸 만한 물건을 분리하고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번듯 생각난다.

 이에 반해 생산직 분야는 골치 아픈 분야이다. 이미 국내의 자동차 노조는 강성 이미지와 시설 점거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극에 달한 상태여서 미국GM 입장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비용 저생산의 근본 원인이 노조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분명히 분리해 추후 처리하고픈 생각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은 책임은 분명히 노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노조 등 대부분의 국내 자동차 노조의 분위기는 위와 다르지 않다. 굳이 이런 상태에서 국내에 투자를 한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사 결과도 보지 않고 국민의 혈세인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국내에 10년 이상을 머물겠다는 계약서를 믿고 있으나 구멍이 많은 만큼 이번같이 다양한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미리 인지했어야 한다. 그래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검증을 표명하고 문제점을 자주 언급했던 나는 지금 한국지엠의 현황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계약서상에 두 가지 차종 개발과 보급이라는 조건도 있어서 좋아 보이지만 아무리 많은 종류의 신차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구입할 만한 가성비 좋으면서 소비자가 찾는 신차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지엠 신차를 보고 판매 결과를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결국 일자리를 볼모로 공적자금만 날리고 수년 후 다시 한 번 두세 배 이상의 공적자금을 요구할 수도 있고 결국 또 하나의 호주 사례가 추가되는 큰 아픔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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