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아시나요?’ ‘동아시아’라는 말과 ‘문화도시’라는 말은 익숙하고 친숙한 단어다.

굳이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어떠한가.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안다면 어딘지 이름을 댈 수 있을까. 한 곳이라도 말이다.

동아시아 3국은 매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선정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중국, 일본이 매해 각 나라마다 한 곳씩 총 세 곳의 문화도시를 뽑는다.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대해 이렇듯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내년 대한민국의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다름 아닌 인천이기 때문이다. 본보는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소개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동안 선정된 도시들을 살펴보자 한다. <편집자 주>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화장관들은 그 해 5월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3국간 문화다양성 존중’이라는 기치 아래 ‘동아시아의 의식, 문화교류와 융합, 상대 문화 이해’라는 3대 정신을 실천하고자 공동 브랜드인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만든다. 오랜 갈등과 반목을 도시간 문화교류와 협력을 통해 해소해 나가자는 취지에서다. 그리고 이들은 다양한 문화교류 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한다. 이에 따라 한중일 3국은 각 나라의 문화적 전통을 대표하는 도시 한 곳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뽑아 한 자리에서 발표했다. 2013년 9월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한국 광주시와 중국 취안저우시, 일본 요코하마시를 2014년 동아시아 문화도시이자, 첫 번째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공식 선정했다.

▲ 대구시의 2017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폐막식<대구시 제공>
# 유럽연합(EU) 문화수도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유럽연합의 문화수도’를 벤치마킹한 개념이다. 유럽연합은 가입국 도시를 대상으로 매년 문화수도를 선정한 뒤 1년 동안 각종 문화행사를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1983년 당시 그리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멜리나 메르쿠리가 유럽 문화도시 사업을 제안했다.

1985년 그리스 아테네를 시작으로 2018년 현재 50곳이 넘는 곳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1999년 이후 사업 명칭이 유럽 문화수도로 바뀌었다. 2019년 이탈리아 마테라와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2020년 크로아티아 리예카와 아일랜드 골웨이, 2021년 루마니아 티미쇼아라와 그리스 엘레프시나와 세르비아 노비사드, 2022년에는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와 룩셈부르크 에슈쉬르알제트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 부산시의 2018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막식 <부산시 제공>
여기에 유럽의 영향을 받아 ‘아랍 문화수도’와 ‘아메리카 문화수도’가 생겨 나기도 했다.

EU는 문화수도 선정에 따른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도시 인지도 향상으로 인한 관광객 증가와 공공장소 재개발, 도시기반시설 확충 및 환경개선, 지역문화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역동성 부여와 지역 경쟁력 제고 등을 기대하고 있다.

# 동아시아 문화도시

한중일 3국은 2014년부터 매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 동아시아 문화도시인 한국 광주시와 중국 취안저우시, 일본 요코하마시에 이어 2015년에는 한국 청주시, 중국 칭다오시, 일본 니가타시, 2016년에는 한국 제주도, 중국 닝보시, 일본 나라시, 2017년에는 한국 대구시, 중국 창사시, 일본 교토시, 2018년에는 한국 부산시, 중국 하얼빈시, 일본 가나자와시가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택돼 다양한 문화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뤄수강 중국 문화여유부장, 하야시 요시미사 일본 문부과학대신이 올해 8월 30일,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도시에 기념패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들 한중일 3국의 문화도시 3곳은 공연·전시·컨퍼런스 등 프로그램 공동개발 및 상호방문 촉진, 다양한 공동문화 참여 프로그램 개발, 동아시아 문화도시 협의회 구성 등을 통해 문화교류를 펼쳤다. 또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한 문화산업 육성 방안과 문화예술 네트워크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차례가 됐다.

내년도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한국 인천시와 중국 시안시, 일본 도쿄도 도시마구다.

# 동아시아 문화 가교, 인천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문물이 유입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교류도시다. 개항장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은 과거 중국과 일본 문화의 통로였고, 현재 공항과 항만을 둔 지리적 이점과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 경험까지 더해져, 미래 동아시아 문화를 잇는 가교역할과 모으는 허브(Hub)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 치러지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가 중요하다.

이 행사를 통해 인천이 명실상부한 ‘동아시아 문화 가교’, ‘동아시아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 하는 것은 물론 도시 인천의 품격을 높이고 지역의 문화가치가 한 단계 상승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 기대감이 높다.

▲ 청주시의 2015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막식 <청주시 제공>
더구나 내년에는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한국에서 열릴 차례임에 따라 또 한 번의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게 된 인천은 이번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이 더욱 뜻 깊다.

현재 인천은 도시가 지닌 문화적, 예술적 가치와 매력을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또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와 함께 동아시아 아트플랫폼, 인천 아시안 유스콰이어, 한중일 동아시아 문학 컨퍼런스, 디아스포라 동아시아 영화제 등을 동아시아 문화도시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계획도 짜고 있다.

▲ 제주도의 201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막식 <제주도 제공>
본보는 올해의 도시들이 어떤 방식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했는지, 또 내년의 도시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인천의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점검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이끄는 계기로 삼아 인천이 지속가능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장으로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 이 기사는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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