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jpg
▲ 김종구 부천원미경찰서 경비교통과 경사
‘조금만 더 빨리! 조금만 더 신속히!’라는 말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전반에 걸쳐 팽배하게 깔려 있는 ‘빨리빨리’ 문화가 도로 위에서도 만연돼 있다.

 최근 2017년 OECD회원국 중 교통사고 사망자 및 보행 중 사망비율이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교통사고 및 보행 중 사망비율을 줄이고자 경찰청은 2018년부터 ‘안전속도 5030’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안전속도 5030’은 교통사고 및 보행 중 사망비율의 원인 중 하나인 차량속도를 하향시켜 사망사고를 줄이자는 일환으로 시행 중이다. 차량의 속도는 사고예방을 위한 제동거리를 최소화해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OECD(Speed management, Paris, France, OECD, 2006)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동차 이용은 점차 보편화돼 가고 있어, 생활필수품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OECD의 자료에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흔히, 도심 속 도로상에는 80㎞·60㎞·50㎞ 등 속도를 제한하고 있는 도로를 많이 겪게 된다.

 이러한 도로상 속도에 따른 제동거리별 사망가능성 비교통계를 보면 80㎞ 속도 도로의 경우 제동거리가 58m, 60㎞의 경우는 36m, 50㎞ 경우는 27m로 제동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동거리와 사망가능성 간 관계는 시속 60㎞일 경우 사망가능성이 85%에서 시속 50㎞로 하향했을 경우 55%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속도 하향과 사망 가능성 간에는 상관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속도를 하향하게 되면 통행속도가 느려질 것이고 이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는 큰 고민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 소재 잠실운동장에서 시청까지 14.6㎞의 거리구간을 시속 60㎞에서 50㎞로 하향했을 경우 소요시간은 종전과 같거나 2~3분 내외로 큰 속도변화가 없다는 ‘서울 시내 제한속도별 주행시간 실험결과’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솝우화의 토끼처럼 안전을 뒤로하고 빠른 속도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갔지만 우승을 하지 못 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면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 우승을 하는 거북이가 될 것인가? 라는 단순한 선택 사항만 남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도로 위에 피어나는 이름 모를 꽃들을 우린 앞만 보며 달려가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이는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토끼처럼 주변을 배려하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빨리빨리’ 문화가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부작용과 안전에 대한 위험성만 높여 놓은 게 아닌지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해 봐야 할 문제이다.

 ‘교통은 문화다. 그리고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 대열에 성큼 다가섰고 세계 속에 한류문화가 각광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교통분야에서도 한류열풍을 일으켰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이제 도로 위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의 향기는 맡지 못할지라도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도로 위를 지나는 토끼와 거북이들 모두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의 아름다움에 함께 취하고 싶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