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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드라마 속 배경이 되는 옛 건물에서 차를 마시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 투어가 가능한 곳이 원도심"이라는 허종식 인천 정무부시장의 설명은 꽤나 서사적이다. 그가 지난주 중구의 자유공원 내 제물포구락부에서 ‘원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부터가 조금은 그런 멋을 의식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덧붙여 이런 얘기도 했다. "지금은 전시관 용도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맥주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지 않겠느냐." 그리고 이곳 맞은편에 있는 옛 인천시장 공관도 개방해 인문학 강의실과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1883년 개항 후 각국 조계지가 형성되고 일제강점기 도시로 변모를 갖춘 중구 일대를 옛 문화체험 체류관광지로 만들어 과거 번성했던 모습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것인데 얼핏 들어보면 멋있고 근사한 계획처럼 보이지만 발상 자체에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협소하다. 고식적인 주장을 멀리 할지라도 문화재의 가치는 일차적으로 보존에 있고, 활용의 의미는 역사인식에서 출발해 미래형으로 이어져야지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거나 흉내 내는 즐거움(?)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곳은 개항기에 이 땅을 침탈한 서구의 온갖 인물들이 모여 즐기던 사교장이었다는 사실과 오래전 인천시립박물관이었다는 점, 이후 인천문화원 등이 사용하면서 문화재라기보다 그저 쓸 만한 옛 건축물로 관료들이 보아 왔다. 그곳 앞쪽의 돌층계는 개항기에 인천 중구 지역의 곳곳에 이용되었던 마니산 아래 동막 쪽에서 캐어온 화강암으로 엠보싱이 된 고색창연함이 옛 정취가 풍기고 있었으나 지금은 정비화라는 이름으로 매끈한 화강암이 대신 자리 잡아 옛것을 망친 대표적 개발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팽개치다시피 했던 곳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방법은 여럿 있겠으나 적어도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곳으로의 복원(?)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물론 허 부시장의 원도심 일대를 ‘성공적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낙후된 현실을 바꿔 머물고 싶고, 일하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이 되게 만들려는 뜻은 높이 평가하고 박수 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하나 개항기의 문화유산은 역대 인천시장이 바뀔 때마다 원론적인 입장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구체성에 들어가면 조금씩 결을 달리하는 사업계획이 끊임없이 포장돼 원도심 구하기로 발표됐으나 어느 것 하나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진 바가 없다. 심지어 지금의 한미100주년기념탑 자리에 있었던 ‘존스턴 별장의 창조적(?) 복원’을 두고 얼마나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던가. 기억하기조차 민망스러운 일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우선 인천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5대 핵심과제에서 원도심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간절히 기원하지만 우선 중구 개항장 일대 ‘원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인천시가 예산은 지원하되 중구청으로 이관해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시가 미덥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인천시가 집행한 아트플랫폼 사업이나 하버파크 호텔 사업을 비롯해 중구에서 펼친 사업에서 어느 것 하나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없어서다. 진정으로 목적하는 바를 이루려면 제물포구락부나 옛 인천시장 관사, 하버파크 호텔, 아트플랫폼 등을 중구청으로 이관하고 재생사업의 경우도 재원은 조달해주나 구체적 실행은 중구청에 맡겨 중구 구민들이 원하고 꿈꾸는, 주민이 참여해 만드는 ‘원도심 재생’이 이뤄져야 하는 게 올바른 수순인 것이다.

 허 부시장은 이 사업 설명에서 ‘개발이 아닌 재생’, ‘찾아와서 머물게 할 것’,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 위주로 만들 것’을 세 가지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인천시 초대 ‘균형발전’ 전담 부시장이다. 바로 첫 번째 책임자로서 3대 원칙 가운데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 위주로 만들 것이라는 스스로의 주장에 충실하시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예를 들어 차이나타운이 과연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곳으로 만들어졌는가? 기존 신포시장이나 월미도 관광지와의 연결 계획이 제대로 됐는가? 나아가서 자유공원(만국공원)의 개항기 유산들(돌층계를 비롯해 근대 건축물 등)이 개발이니 재생이니 복원이니 하는 명분으로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다시 한 번 거듭 환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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