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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 박사
‘9·19 평양공동선언’을 중심으로 남북의 평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난 1일부터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적대행위가 중지된 가운데 비무장지대(DMZ)내 GP 철수가 시작되는 등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으로 보여지면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전쟁위험 종식’,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했고, 특히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위험 종식을 위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서명해 시행에 들어간 점은 획기적인 남북 군사관계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1945년 남북분단 이래로 73년, 1953년 휴전협정 조인 이래 65년 만에 상상할 수 없었던 극적인 변화가 기대와 우려 속에 진행되는 중인 현실은 북한에 대한 트라우마현상으로 만감이 교차하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의 내용을 보면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전협정’에서 찾을 수 있다. 1953년 당시 정전협정의 ‘서언’에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정전 조건과 규정을 접수하며 또 그 제약과 통제를 받는데 각자, 공동 상호 동의한다"라는 약속은 정전협정 준수 행위라는 차원에서 도발을 해서는 안 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 속에서 정전협정을 무시하며 공격적 도발을 일삼았던 북한으로 인해 상대적 대응 차원에서 우리도 정전협정을 위반할 수밖에 없었던 대결의 장이 바로 비무장지대였다는 점에서 과잉 흥분보다는 냉정한 이성으로 합의서의 이행 과정을 바라봐야 한다.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도 알고 보면 정전협정 제1조 제10항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무기를 휴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된 것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최초 정전협정 상의 구역이 아니었고,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를 운영하기 위해 1953년 10월 별도 합의한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상에 설치한 동서 800m, 남북 400m의 장방형 특별경비구역이다. 그후 1954년 11월 추가협정을 맺어서 공동경비구역을 확정했으나 과거 1976년 8·18 도끼만행사건과 북한군 탈북귀순사건 등 각종 사건이 발생하는 남북의 첨예한 역사의 사건현장으로 있었다.

 이번에 JSA에서 ‘자유왕래’라는 것은 휴전협정 이후 보이지 않는 군사분계선으로 65년간 넘을 수 없었던 ‘조선인민군 군사통제구역(정전협정 제43조)’을 JSA에서나마 자유롭게 도보로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각종 군사시설이 24개 건물에 분산돼 있어서 과연 자유롭게 왕래가 허용될 것인가는 차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앞바다가 남북 평화협력지대가 조성된 것도 평화적 남북관계 진전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고, 서해 5도민과 인천지역 해안 어업에 활성화가 기대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남북 공동어로 수역 합의’는 과거와 달리 서해어민의 안전조업이 보장되는 점에서 어획량 증가가 기대돼 어민의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어선단의 불법 조업도 남북 협력으로 철저히 퇴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것이 김정은의 답방인데 최근 청와대가 저자세로 서울 방문을 요청하는 것은 신중하게 재고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돼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을 서울에 불러 평화 분위기를 띄워서 마치 ‘북한의 비핵화’가 다 된 것 같은 물타기를 한다면 결코 국익 차원에서 무익하다. 김정은 입장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특단의 결심을 선물로 줄 수 없다면 서울 방문에는 적대적인 보수우파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평화는 결코 남북 평화조성 사업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힘으로 지킬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잊지 말고, 정부를 믿지만 냉철한 눈으로 안보를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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