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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 소각장. /사진 = 인천환경공단 제공
박남춘 인천시장이 청라 소각장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재검토’하겠다며 한 수 접고 들어갔다.

증설을 반대하는 서구와도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며 입을 맞췄다.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내부 검토와 달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전까지도 염두할 수 있다는 무리수를 뒀다.

원칙이 모호한 정책에 환경기초시설 설치사업이 꼬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종식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7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오늘 아침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어 청라 소각장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며 "이전까지 모든 것을 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부시장은 이날 김교흥 서구갑위원장과 이재현 서구청장, 김종인 시의원, 신봉훈 소통협력관과 회의를 통해 이 같은 합의점을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남춘 시장은 협의회 이후 "청라 소각장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재검토시켰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협의해 가도록 했다"고 SNS에 밝혔다.

소각장 ‘이전’을 거론한 시 입장은 지난 31일 청라주민단체와 면담 이후 밝힌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시 대변인실과 담당 부서는 소각장 이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29일 진행한 내부 회의에서도 당초 환경부에 승인받은 750t 규모(250×3기)의 처리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담당 부서의 의견이 모였다.

협의체를 구성해 "열어 놓고 이야기하자"고 했던 박 시장은 당정협의회 이후 이전 가능성까지 열었다.

이재현 서구청장이 청라 소각장 증설 반대 입장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민관협의체 구성 역시 서구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허 부시장은 "서구가 먼저 주민협의체를 구성한 다음 의견을 들어보고 시 협의체에 같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5여 명으로 구성될 민관협의체는 다각적인 의사를 반영할 대표성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인원 안배를 놓고서도 시와 서구, 주민들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시는 모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이전 의견이 모였을 때 대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 과정에서 이전을 결정할 경우 타당성 검토부터 시작해 환경영향평가와 입지 선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부지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안팎에서 거론되는 수도권매립지 부지의 경우 지난해 검단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박 시장 역시 지난달 민선 7기 시정 운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수도권매립지 내 전처리시설에 대해 반대의사를 강력히 밝혔다. 매립지 내에 소각장을 짓게되면 조기종료를 추진하는 인천시 명분도 퇴색된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도 발생하고 있으니 협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 한다"며 "소각장 이전은 중대한 사안으로 용역과정에서 종합적인 의견이 있으면 그 때가서 재용역을 하는 등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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