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에 1965년 지어진 서둔야학 유적지가 방치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7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에 1965년 지어진 서둔야학 유적지가 방치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7일 오후 1시께 수원시 권선구 탑동의 옛 ‘서둔야학’ 입구 앞. 야학 교실동 건물이 있는 터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자물쇠로 잠긴 채 덩굴식물이 길게 자라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외부인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철제 그물망 안에는 부러진 나무가 방치돼 있으며, 잡풀이 길게 자라 안쪽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도 없을 정도였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이 2000년에 입구 앞에 설치한 안내판이 없었다면 폐건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 야학의 중학과정을 1회로 졸업한 박애란(68)여사는 "가난한 학생들의 배움의 장이었던 야학 교실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이곳 교실들이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꾸준한 관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세기 전에 ‘수원 야학의 시초’ 역할을 담당했던 서둔야학 옛 교실동이 폐쇄된 채 방치돼 근현대 유적 지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경인지역본부와 서울대학교, 수원시에 따르면 1965년 지어진 서둔야학 교실은 가난한 야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초등학생 및 중학생 과정을 밟은 1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곳 야학 건물은 당시 야학 교사로 활동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들이 계사(닭을 넣어 사육하는 건물)가 있던 부지(165㎡)의 구매비용 및 건축비용 등 총 25만5천 원을 들여 서둔야학 교실 3동을 지은 게 시작이 됐다. 당시 대부분의 야학은 교회나 공공기관 등 건축물 내 일부 공간에서 진행됐기에 교습을 위해 교사 및 학생들이 돈을 모아 직접 교실을 짓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던 서둔야학은 보수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1983년 결국 폐쇄됐고, 해당 토지는 서울대에 기부채납됐다. 서울대는 서울농대 부속기관인 ‘실험목장’이 강원도 평창으로 이전함에 따라 지난해 7월 19일 같은 부지에 건립돼 있던 서둔야학도 함께 캠코에 넘겼다.

이후 서둔야학회 회원들이 이곳 야학 건물에서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있지만 생업으로 인해 꾸준한 관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에는 건물 노후화로 인해 서둔야학 황건식 전 교장이 사재를 털어 2천여만 원을 들여 교실 3동을 보수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지자체인 수원시는 그동안 해당 건물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조사와 자문을 진행하지 못 했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해당 건축물과 관련이 있는 서둔야학회 회원들과 연락을 통해 어떻게 관리할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시 관계자는 "해당 건물들이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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