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항구도시인 부산이 이제 문화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부산은 올해 중국 하얼빈(哈爾濱), 일본 가나자와와 함께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이들 도시와 올 한 해 동안 활발한 문화 교류를 추진했다. 부산은 지난 5월 11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시민 수천 명을 초청해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을 시작했다. 다음 달 7일 폐막식을 끝으로 올 한 해 사업을 정리한다. 부산의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을 들여다본다.

▲ 올해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선정된 부산의 ‘부산 아리랑’ 기획 공연 모습.
# 부산의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 22일 부산시를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심사에서 우수한 숙박 및 교통기반시설(인프라), 다수의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 지역 고유의 문화 특성을 활용한 세부 행사 프로그램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부산은 한·중·일 인문학포럼, 한·중·일 문화다양성 ‘차이를 즐기자’ 등 기획문화 프로그램 및 조선통신사축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 원-아시아(One-Asia) 페스티벌’ 등 기존의 사업과 연계한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사무국을 설치하고 개·폐막식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 연중 개최를 목표로 했다.

▲ 2018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부산시가 중국 하얼빈에서 청소년 문화 교류를 펼치고 있다.
# 부산이 펼친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

부산은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후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해 연중 행사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올해 1월 하얼빈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동아시아 우정·빙설의 정취’ 교향음악회, 3월 가나자와 개막행사, 가나자와 21C미술관 및 시민예술촌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문화예술 교류를 진행했다.

특히 5월 11일 부산문화회관에서는 ‘현대 미디어아트와 전통예술의 조화’란 주제로 대표 도시와 역대 국내 개최도시, 시민 등과 함께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 부산’의 개막을 알렸다.

▲ 많은 사람들이 부산 동아시아 문화도시 대표 프로그램인 ‘동아시아 문화의 숲’을 즐기고 있다. <부산시 제공>
개막식은 이매방오고무 공연을 시작으로 각국을 대표하는 종합전통예술 공연이 진행됐고, 피날레 공연으로 대한민국 대표 로커 김경호·곽동현과 사물놀이의 합동공연이 펼쳐졌다. 개막식 이후에는 부산·하얼빈·가나자와 등 3개 도시와 시민이 함께 할 다양한 문화 교류 체험행사가 연중 부산에서 개최됐다. 6월에는 동아시아 평화콘서트, 동아시아 전통거리 예술제, 조선통신사 퍼레이드 등이 부산시민공원 등지에서 핵심 행사로 다채롭게 펼쳐졌다.

문화 교류 행사는 각국의 민간을 주축으로 민간교류단을 구성해 하얼빈·가나자와와 함께 음악, 미술, e-스포츠, 무술, 바둑 등 문화 전반에 걸친 교류활동을 진행했다. 8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 가나자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문화도시 2018·3개 도시 건축문화 학생 교류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건축전공 대학생 5명이 참가했다.

‘건축문화 학생 교류 프로그램’은 동아시아문화도시 부산 사업의 교류 프로그램 일환으로 개최됐으며, 부산·하얼빈·가나자와 등 각 도시의 도시·건축전공 대학생이 팀을 구성해 각 도시와 건축문화를 소개하고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 부산 ‘동아시아문화도시’의 대표 프로그램 ‘동아시아 문화의 숲’

부산의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이 바로 ‘동아시아 문화의 숲’이다. 지난 6월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부산시민공원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는 동아시아문화도시 행사 중 하나로, 각종 문화공연 및 놀이마당이 펼쳐질 ‘숲속의 락(樂)’, 3국 전통문화 및 수공예품들을 공유하며 체험할 수 있는 ‘숲속의 장(場)’, 영화 등 문화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숲속의 휴(休)’ 등을 테마로 펼쳐졌다.

▲ 부산시가 진행한 태극권 교류행사.
‘숲속의 락(樂)’은 오전 10시 30분부터 부산시민공원 곳곳을 돌며 진행하는 동아시아 문화공연 퍼레이드로 시작해 각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공연을 거리공연으로 재현했고, 주 무대에서는 다채로운 전통과 현대문화로 구성된 공연을 선보였다. 중국 기예단, 일본 전통북 공연 등 전문 예술가들이 보여 주는 문화행사는 물론 부산에 거주하는 중국·일본 유학생들이 보여 주는 화합의 장 등 다양한 문화 융합의 장으로 마련됐다.

또 우리 문화의 정취를 보여 주는 왕실행렬 ‘왕가의 산책’을 퍼레이드로 재현했고, 중요무형문화재 남사당 줄꾼 어름산이 권원태 명인의 신명나는 외줄타기 공연 및 체험이 진행됐다.

‘숲속의 장(場)’은 3개 도시의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아트마켓, 먹을거리가 어우러진 장으로 구성됐다.

활 만들기 및 쏘기, 팝업카드 만들기, 부채 만들기, 한지공예 체험, 연 만들기, 목공예 체험, 전통메이크업, 의상 체험 등 3개국 전통놀이 기구를 체험하고 직접 만들 수 있는 부스를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3국의 전통 및 현대문화를 느낄 수 있는 아트마켓도 열어 각국의 수공예품을 공유하기도 했다.

‘숲속의 휴(休)’는 3개 도시를 느낄 수 있는 피크닉존으로 구성됐다. 여기서는 3국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상시 상영됐고,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야외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돗자리 등을 선착순 무료로 나눠 줬다. 뜨거운 햇살 아래 각종 체험 후 시원한 휴식을 위해 그늘막 및 다수의 파라솔도 설치해 공연 관람 및 체험 후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아울러 축제기간 ‘숲 Jazz, #Jazz’와 ‘숲 Acappella, #Acappella’ 경연대회를 개최해 일본의 가나자와시 ‘재즈 페스티벌’ 및 ‘아카펠라타운’에서 공연할 팀을 선발했다. 우승팀 ‘나린’과 준우승팀 ‘르보아즈 보칼레 앙상블’은 8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일본 가나자와시 ‘아카펠라타운’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 부산 동아시아문화도시 피날레

중국 하얼빈과 일본 가나자와 등과 함께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했던 부산이 한 해 사업을 마무리할 시점에 왔다. 사업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부산은 다음 달 7일 국립부산국악원에서 폐막 행사로 1년간의 문화 교류를 총정리한다. 동아시아문화도시 관계자, 일반 시민 등 600여 명을 초청해 한·중·일 종합예술(음악·노래·춤) 공연과 함께 영화로 보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 부산시가 일본 가나자와 마쯔리 축제에 참가해 한국 풍물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부산은 ‘한·중·일 동아시아문화도시 지속적 교류 및 발전 방안을 위한 부산선언’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계획이다. 내년에도 하얼빈과 가나자와 등과 함께 이 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에 따라 부산은 내년 5~6월 ‘동아시아 부산 문화의 숲’, ‘평화콘서트’ 등을 구상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에 따른 후속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부산의 새로운 시민 참여 생활문화축제 브랜드 기반을 조성해 한·중·일 민간 문화 교류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부산시 김동찬·박민선 주무관 인터뷰

"올해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한 한 사람으로서 인천시에 팁을 주자면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문화 교류로 사업을 진행하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입니다."

올해 부산의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부산시청 문화예술과 김동찬·박민선(여)주무관은 내년에 이 사업을 진행할 인천시에 귀중한 팁을 줬다.

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인천의 정보를 이미 알고 있던 이들은 "인천의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 관련 기사를 보니 문화재단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아주 기대가 크다"며 "인천문화재단 중심으로 사업 슬로건을 공모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천의 준비 상황에 대해 이들은 유경험자로서 보다 알찬 정보를 알려 줬다. 바로 ‘민간 문화 교류’였다. 이들은 "일반적인 공연이나 행사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고, 프로그램을 잘못 구성하면 너무 식상해 반응들이 좋지 않았다"며 "일반 동호회나 학생 등을 중심으로 한 민간 교류는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예술고의 하얼빈 공연, 청소년 대상 바둑교류전, 건축전공 대학생 교류, 부산시우슈협회의 하얼빈 태극권 교류 등은 특히 관심과 호응이 남달랐다"며 "인천에서도 이와 같은 민간 차원의 교류를 많이 펼친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예산 역시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인천이 진행 중인 문화사업들과 매칭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정보를 줬다.

인천에 제안도 했다. 박민선 주무관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산에서 현재까지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사업을 진행한 각국 도시들을 모두 초청해 콘퍼런스를 한 번 개최하고 싶다"며 "내년에 인천과 부산이 합심해 이 콘퍼런스를 한 번 개최해 보자"고 제안했다. 김동찬 주무관도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은 일반적인 도시 간 자매결연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문화예술이라는 매개체로 서로 교류하다 보니 보다 포괄적이면서도 돈독해지는 것 같다. 또 서로 간 왕래로 문화예술뿐 아니라 교통 등 또 다른 분야까지 교류가 이뤄지는 등 도시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을 평가했다.

* 이 기사는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한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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