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바심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조바심’이란 말은 농사일에서 비롯됐다. 조의 이삭을 떨어서 좁쌀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바심’의 의미와는 많이 다른데, 대부분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을 조바심의 뜻으로 알고 있다.

세월이 변하면서 흔하디흔했던 것들이 사라져 가고 있으며 농작물도 마찬가지이다. 오곡 중 하나인 조도 이젠 이 땅에서 보기 힘들어졌는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바심’의 의미도 달라져 본뜻에 새로운 뜻이 추가됐다.

‘조바심’은 ‘조’와 ‘바심’이 결합해 만들어진 말로 ‘바심’이란 요즘 잘 쓰이지 않지만 타작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곡식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둬들이는 것을 ‘바심’이라고 한다. 따라서 ‘조바심’은 글자 그대로 조를 타작한다는 의미이다.

‘조’는 너무 세게 떨어내면 이삭이 엉뚱한 곳으로 달아나 수확을 망칠 수 있으며, 타작할 때는 다른 농작물에 비해 힘이 더 들 뿐만 아니라 이삭도 잘 떨어지지 않아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좁쌀은 두껍고 질긴 껍질에 겹겹이 싸여 있어 타작하려면 조 이삭을 모아 놓고 아예 부술 정도로 두드려야 탈곡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농부들은 ‘조’ 타작을 가장 힘들어했다. 그러니까 농부들에게는 ‘조바심’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고, ‘조바심하다’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까 봐 마음을 졸인다는 뜻이 됐다.

사소한 일에 안절부절하며 수선스럽게 구는 사람에게는 ‘조바심 떤다’라는 말이 붙여졌는데 큰일을 앞두고 긴장되는 것은 ‘조바심이 난다’고 표현한다.

조바심과는 반대로 깨를 타작할 때는 살짝 털기만 해도 알이 우수수 잘 떨어진다. 이처럼 추수하기가 쉬운 까닭에 깨를 털 때마다 조와는 달리 재미가 각별해 즐겁고 신나는 일을 ‘깨가 쏟아진다’라고 표현하게 됐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시대 상황에 따라 가까이했던 것들이 차츰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데, 소중한 먹거리였던 ‘조’도 우리 삶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겨납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