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태생의 유대인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히틀러 집권 10여년 전 나치의 부상과 독일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쓴 편지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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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2월 수소폭탄 반대 기자회견하는 아인슈타인 [AFP=연합뉴스]
유대인 대상 테러로 모처에 은신해 있던 아인슈타인이 독일의 극우주의와 반(反)유대주의를 우려하며 1922년 8월 여동생에게 쓴 손편지가 다음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경매에 부쳐진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인슈타인은 여동생 마야에게 보낸 이 편지에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암흑의 시대(dark times)가 오고 있다"며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쳐 나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적었다.

그는 "사람들은 모두 내가 여행 중으로만 알고, 누구도 내가 이곳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걱정하지 말라. 독일 동료들이 반유대주의적이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고 안부를 전했다.

발신인 주소가 적혀 있지 않은 이 편지는 독일 북부 항구도시 킬(Kiel)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친구이자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외무장관을 지낸 발터 라테나우가 극우 반유대주의자들에 의해 암살되자 아인슈타인은 경찰로부터 자신의 신변도 위험하다는 경고를받고 베를린을 떠나 독일 북부로 피신했다.

반유대주의의 부상을 우려하는 아인슈타인의 편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경매회사 '케뎀'의 머런 에런 공동대표는 나치의 첫 쿠데타로 기록되는 1923년 '뮌헨 맥주홀 폭동' 한 해 전에 이 편지가 쓰였다며 "나치 테러가 시작되기 전 아인슈타인의 머리와 가슴에 맴돌던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익명의 수집가에 의해 공개된 이 편지는 1만2천 달러(약 1천300만원) 정도에서 낙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유럽의 뿌리깊은 반유대주의 속에서도 독일과 스위스 등을 오가며 활동하다가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망명해 1955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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