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푸순시 신한민속촌에서 열린 제2회 재선양 대한체육회장 및 성남오리뜰농악 현덕 강승호 기 농악 경연대회 후 7개 팀 220명의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모습.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 ‘농악’이 중국 대륙에 울려 퍼졌다.

 중국 문화가 담긴 현지 예술단의 화려한 의상과 장식 등은 다소 낯설어 보였지만 흥겨운 농악 소리만큼은 우리의 것이 분명했다.

 특히 이주(移住)의 아픈 역사를 안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중국동포들의 한(恨)을 풀어내는 듯한 가락과 춤사위는 한민족의 자부심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전통놀이만큼은 민족 혈통을 이어 나가겠다는 이들의 열정은 유명 ‘한류 가수’ 못지않았다.

# 랴오닝성(遼寧省) 7개 예술단의 신명나는 가락에 하나되다

 ‘제2회 재선양대한체육회장 및 성남오리뜰농악 현덕 강승호기 농악 경연대회’가 지난달 20일 중국 푸순(撫順)시 신한민속촌에서 열렸다.

 중국 농악대회에서 한국 지명인 ‘성남’과 한국 이름인 ‘강승호’ 보존회장의 이름을 걸고 열린 것은 이 대회가 처음이다.

 이날은 랴오닝성 7개 예술단 220명이 참가해 한민족의 신명나는 농악 한마당을 펼쳤다.

 

▲ 중국 푸순시 신한민속촌에서 열린 제2회 재선양 대한체육회장 및 성남오리뜰농악 현덕 강승호 기 농악 경연대회에서 명련가예술단의 잡색 모습.
지난해 우수상을 받은 안도예술단이 대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학생들로 구성된 풍물패 동아리 선양나누리 전통예술단이 금상을 차지했다.

 서탑예술단과 연합예술단이 은상을, 명련가예술단과 장각예술단이 동상을, 심양시주강학교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수상팀에게는 우승기와 상장, 부상이 수여됐고 대상을 받은 안도예술단은 내년 성남오리뜰농악 정기공연에서 특별공연 기회가 주어진다.

 안도조선족예술단 김인순(83)회장은 "이번 대회는 더 열심히 하자고 단원들과 약속하고 함께 연습한 시간들이 빛을 발한 것 같아 기쁘다"며 "기회가 돼 한국에 가게 되면 고향의 전통놀이인 농악을 제대로 체험하고 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양나누리전통예술단 류가이(선양시철로실험중학교 고2년)학생은 "이날을 위해 동생들과 매일 1시간씩 6개월 이상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며 "중국에서 한국의 민속악기를 다룬다는 것이 흥미롭고, 한민족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다"고 기뻐했다.

 이번 대회는 재선양대한체육회와 선양시조선족체육회가 공동 주최하고 푸순 신한민속촌(회장 김관식)이 주관, 한국관광공사 선양지사와 주선양대한민국총영사관, 재중국대한체육회, 동북3성한국인연합회, 선양시조선족문화원이 후원했다.

# 한국 ‘농악’과 다른 중국 ‘농악무’, 학술적 문화 가치로 연구 필요

 농악무라 불리는 중국의 농악은 종합예술적인 성격이 특징이다.

 한국 농악이 신명나는 흥으로 장단이나 진풀이, 개인놀이 등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는 데 반해 중국 농악무는 단순한 장단을 바탕으로 한 춤 동작의 비중이 높다. 이로 인해 악기 중심의 놀이 형태가 아닌 마치 탈춤이나 연극 등 마당놀이식의 분위기가 강하다.

▲ 중국 푸순시 신한민속촌에서 열린 제2회 재선양 대한체육회장 및 성남오리뜰농악 현덕 강승호 기 농악 경연대회에서 공동 은상을 차지한 연합예술단의 경연 모습.
 더욱이 잡색(雜色, 뒤치배 놀이꾼) 등이 악기를 연주하며 악사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우리 농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 같은 모습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당시 이주민들이 만주(滿洲, 현 중국 랴오닝성·지린성(吉林省)·헤이룽장성(黑龍江省) 및 네이멍구자치구 동부지역)로 이동하면서 북청사자놀음 등 북한지역 놀이의 특징인 연희(演戱) 형태를 다양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머리춤을 출 때 사용하는 상모(象毛)도 세우기와 양쪽을 다 돌릴 수 있는 우리와 비교해 중국은 한 방향으로만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상모 길이에 따라 교체가 가능한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이와 함께 오방색(청·적·황·백·흑)으로만 색을 낸 전통의상이 아닌 다채로운 색감의 옷차림도 중국식 문화를 수용했다는 추론이다.

 우리 역사유산인 농악이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변화를 거듭하며 각각의 문화적 가치로 진화돼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 강승호 회장 대회사 모습.
 성남오리뜰농악보존회 강승호(49)회장은 "당시 북한지역에서는 농악이 연희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남쪽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변화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역사적 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것도 결국은 문화예술의 한 부분이기에 우리와 다른 중국 농악무의 학술적 가치 연구의 필요성도 느낀다"고 말했다.

# 2019년 중국 동북3성 대회 열고 농악으로 하나되는 한민족

 내년 3회 대회에는 상당수 중국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는 동북3성(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의 경연대회를 추진 중이다. 각 성별로 예선을 거친 일정 참가팀을 대상으로 농악무 기량을 겨뤄 보는 자리다.

 성남오리뜰농악단 등의 사물놀이 특별공연과 함께 전통농악 강의 등 문화 교류의 시간도 열릴 예정이다.

▲ 중국 푸순시 신한민속촌에서 열린 제2회 재선양 대한체육회장 및 성남오리뜰농악 현덕 강승호 기 농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안도예술단의 경연 모습.
 이를 통해 지역별로 계승된 중국 농악무의 특징을 확인하고, 우리 동포들에게 한국 농악의 우수성과 성남시를 알리는 것이 목표다.

 정인호 재선양대한체육회장은 "2회 대회를 개최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중국 동북3성까지 범위를 확대해 우리 농악과 한민족의 우수성을 동포들에게 알릴 계획"이라며 "국가와 지역을 넘어 문화예술 교류를 통한 중국 최고의 세계 농악대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승호 보존회장은 "대중예술에 편중돼 있는 한류의 다양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한국 농악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며 "농악과 사물놀이를 배우며 전통 풍물 특유의 공동체적 신명을 함께 하는 동포들 모두가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선양=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 오리뜰농악 소개

 오리뜰농악은 과거 광주군 낙생면 구미리(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미금역과 오리역 사이 탄천변 일대)의 9개 마을 중 하나였던 오리뜰(평야) 마을에 내려져 오던 농악이다. 한국전쟁 이전부터 농번기와 농한기를 가리지 않고 전성기를 누린 것으로 전해진다.

 1980년대 이후 도시개발로 자취를 감췄다가 농악인 강승호(성남오리뜰농악보존회장)씨가 노력 끝에 2007년 복원해 명맥을 잇고 있다.

 타 지역과 비교해 십자진 진풀이와 상모 금속장식 등의 독창성과 실용 면을 살린 화려한 놀이 형식이 특징으로, 2017년 성남시 향토무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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