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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근 의왕시의회 의장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30일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전부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핵심적인 방향은 실질적인 지역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자치단체의 자율성 확대 및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선 지방자치법에 부족했던 주민자치 요소를 조문화하는 한편, 주민조례 발안제, 주민감사 및 주민소송의 청구권자 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해 폭넓은 주민 참여를 유도한다는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자치권 개선에 있어서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의 자의적인 사무 배분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사무 배분의 원칙을 명확히 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지방정부의 업무 대부분인 기관 위임사무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도 부단체장 직위를 조례를 통해 자치단체가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실질적으로 총액인건비제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은 이 제도 역시 지방정부의 자치권 개선에는 큰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선 근무자들의 증원이 더욱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 및 개발 여건에 맞게 인력충원의 기회를 지방정부에게 주는 것이 지방정부의 자치권 향상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단체장 자리 하나를 조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지방자치 실현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는 일이나, 이것조차 광역자치단체에 한정된 것이라면 이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것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의 재정 분담 개편이라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의왕시의 경우에도 2018년 들어 처음으로 4천억 원의 예산규모로 올라섰지만, 예산의 내용과 쓰임새를 살펴보면 과연 예산 규모가 증가했는지 의문이 든다.

 우선 33%에 육박하는 1천300억 원이라는 예산이 사회복지 부문에 투입됐는데, 이는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의료급여 확대 등 정부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것이다. 즉, 세수 증가에 따른 증가가 아니라 국가 사업수행에 따른 정부로 받은 보조금 증가액일 뿐인 것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인건비와 내부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올해 의왕시의 가용예산은 30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니 실제 증액된 예산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재정 대부분의 세목이 국세로 지정돼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로 말미암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중앙정부의 심부름꾼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과 지방의 세출 비중은 4대6이지만 수입원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대2라니 이미 정상적인 지방자치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러한 세목구조로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형편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갈수록 늘어나는 지역민들의 요구사항은 처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진정으로 지방자치시대를 열기를 원한다면 지방세를 선진국 수준인 40%로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개정에만 머물지 말고 지방자치법 개정과 함께 국세기본법 및 지방세법의 전면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外華內貧(외화내빈). 겉만 좋고 실속은 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현재 무늬만 지방자치이고 중앙에 예속돼 있는 껍데기일 뿐이다.

 지방정부에서는 지방에서 거둔 세금의 20% 정도밖에 쓰지 못하면서 재정자립도가 높으니 낮으니 평가받고, 직원하나 증원시키려면 중앙정부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6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중앙의 권한이 이양되지 않아 반쪽짜리 지방자치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제도의 후진성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중앙집권과 지방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하는 것은 환영하는 바이나,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법과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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