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일화가 떠올랐다. 링컨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존 브레킨리지와 치열한 선거전을 치를 때 이야기다.

 뉴욕 웨스트필드에 사는 11살 소녀 그레이스 베델이 1860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이던 링컨에게 편지를 보냈다.

 "링컨 아저씨, 저는 아저씨가 훌륭하게 되기를 원해요. 그런데 아저씨는 얼굴이 너무 못생겼어요. 턱은 주걱턱이고, 눈은 움푹 들어갔고요, 광대뼈는 왜 그렇게 뾰족 튀어 나왔나요. 그래서 우리 동네 어른들은 아저씨가 너무 못 생겨서 싫다고 하는데 어쩌면 좋아요. 하지만 아저씨가 수염을 기르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부드러워 보일 거예요"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였다.

 당시 정치가들은 수염이 없는 깔끔한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인 시대였다. 더구나 11살 소녀의 말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링컨은 소녀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였다. 링컨은 진지한 고민 끝에 수염을 길렀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대통령이 당선되고 몇 주 후 일리노이에서 워싱턴 DC로 가던 중, 웨스트필드에 들러 소녀를 만났다. 링컨은 "그레이시, 내 수염을 보렴. 널 위해서 기른 거야"라며 그 소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은 동상으로 만들어져 웨스트필드에 세워져 있고, 소녀의 편지는 디트로이트 공공도서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리더다. 나라의 리더가 있듯이 모든 조직에도 리더가 있다. 리더라 함은 사소한 조언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사소한 조언이라고 무시하고, 자신에게 좋은 말, 필요한 말만 듣는 리더는 진정한 리더가 아니다. 그 리더는 독불장군밖에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리더가 사소한 조언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몸소 실천했다면 과연 지금의 우리 사회가 이렇게 어지러웠을까 싶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