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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 것인가? 택리지에 터를 묻다

김용성 경기도의회 의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11월 13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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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성 경기도의회 의원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시장을 북적북적하게 해달라며 찾아온 사람들에게 한 선비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사람도 길을 따라 흐르는 법이오"라고 이야기한다. 지관 ‘박재상’(조승우)이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시장의 터를 봐주는 장면이다.

 사람의 운명을 포함한 모든 일이 땅의 형상을 통해 변화될 수 있으며 또한 조선시대 시장의 모습, 저잣거리의 풍경, 집터의 모습 등을 보여주며 풍성한 이야기거리와 볼거리로 지난 추석절 스크린에 걸린 영화 ‘명당’의 줄거리다.

 영화는 입을 옷(衣), 먹을 음식(食)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세 가지 기본요소 중 하나인 살 집(住)에 관련된 ‘지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있는데 살아서는 좋은 환경을 갖춘 터에서 살기를 원하고, 죽어서는 터의 기운을 얻어 당대와 후손의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나가길 기대하는 전통적 사고를 잘 표현했다.

 이렇듯 지리(터)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그러면서 내 고장, 내가 사는 경기도는 어떤 터인지 궁금하던 차에 경기도 실학박물관에 가면 알 수 있다 하여 길을 나섰다.

 경기도 실학박물관에서는 경기천년을 맞아 ‘택리지, 삶을 모아 팔도를 잇다’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택리지는 이름 그대로 살 만한 곳(里)을 가리는 방법(擇)을 기술한 책으로 내년 2월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최초의 인문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를 통해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팔도의 공간을 다시 한 번 조명하고 있다.

 국가가 만든 대표적인 ‘관찬지리지’로는 「동국여지승람」, 「신증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지리지」 등이 있고 그에 대한 정보는 독점적으로 국가가 관리했거나 소수 집권층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이중환 선생의 택리지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뒤로하고 백성들까지 생각한 실학사상을 기반으로 조선 팔도의 정치와 역사,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지리를 논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도 크다.

 관직에서 배제돼 몰락한 사대부 이중환은 ‘어디에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직접 던지고 실제 견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종합해 해답을 제시했고 그가 "사람이 살 만한 땅은 지리(地理)와 생리(生利)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인심(人心)과 산수(山水)다"라고 말한 것은 지금도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이번 특별기획전에서는 다년간에 걸친 실학 관련 유물의 연구 성과를 집약해 보여주고 있는데 2012년부터 ‘정본 택리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안대회(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장) 교수팀이 200여 종이 넘는 이본(異本)을 조사해 그중 23종을 선별,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교감 작업한 부분은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또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인 ‘이중환의 친필 편지’와 ‘이중환 교지’를 비롯해 「팔역가거지(八域可居誌)」, 「팔역지(八域誌)」, 「택리지(擇里志)」, 「가거지(可居志)」, 「등람(登覽)」, 「동국산수록(東國山水錄)」 등 6종의 택리지 초간본을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택리지가 집필 후 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 여러 이름을 달아 수많은 필사본이 탄생한 것을 볼 때면 당시 택리지의 유명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하준수 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 교수와 허태웅 작가의 공간적, 계절적 영상은 택리지를 통한 과거와 현대의 삶의 터전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경기도 실학박물관에 들러 보자! 경기도를 비롯한 팔도의 공간을 지형과 자연환경은 물론 상업과 유통 경로까지 중시한 이중환 선생의 혜안을 다시 한 번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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