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사측과 노동조합이 참석하는 ‘3자 대화’를 제안했다. 회의 테이블에 함께 앉아 타협할 것은 타협하고, 대안을 찾을 것이 있다면 모색하면서 한국지엠 법인 분리가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따져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출자키로 한 8천여억 원 중 나머지 절반의 집행에 대해서도 "국민 다수의 요구가 있다면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사측과 노조를 동시에 압박하면서 일이 틀어질 경우 노사 양측이 그 책임과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올바른 조치이긴 하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은행 중재로 정상적인 조업이 이뤄진다 해도 미래의 문제(생산부문의 고용 불안정)는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엠은 지금 우리가 겪는 ‘강성 노조와 고질적인 수익성 위기’를 이미 1980년대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플랫폼을 통합하고 인건비가 낮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축해 왔다. 다행히도 이런 과정에서 한국지엠은 소형차 개발 역량 덕분에 지엠 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경영의 중심이 판매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시장이 협소한 우리나라의 사업 매력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세계 최저 수준의 노동생산성과 경직된 고용구조는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한다. 결국 산업은행이 흔드는 투자 철회 카드도 지엠으로 하여금 한국에서 생산을 유지하도록 하는 채찍이 되기 어렵다.

 획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자동차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완성차 업체보다는 2, 3차 협력업체의 혁신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산업 생태계의 하부구조를 강하게 키워야 완성차 업체의 노사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누리는 특권을 해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협력업체들이 경쟁력 제고를 통해 아웃소싱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 설혹 완성차 업체의 고용 능력이 줄더라도 일자리의 수직 이동을 통해 대량해고를 흡수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완성차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 부품·소재 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를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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