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종사 10년차인 김모(35)씨는 최근 자신이 회원권을 끊은 헬스장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광고전단지를 보고 느꼈던 불쾌함을 떠올리면 아직도 어이가 없다.

그는 부쩍 늘어난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로 결심하고 동네 근처의 헬스장을 알아본 후 와이프와 함께 총 3개월에 54만 원을 결제했다. 이 헬스장은 이용권을 끊은 회원에게 개인지도(PT) 2차례를 제공하는데, 이후 추가 강습을 원할 경우 한 시간 1회 강습에 7만 원씩 내야 했다. 보통 10회 이상씩 감안하면 최소 70만 원이 필요한 것이다.

헬스 초보인 김 씨는 정확한 자세 교정 등 제대로 된 운동 효과를 얻고 싶어 고민 끝에 70만 원의 거금을 주고 PT 10회권을 끊었다.

그런데 PT 이용권을 끊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자신이 다니는 헬스장이 광고하는 ‘수능 수험생 특별 할인이벤트’ 홍보전단지를 보게 됐다. 이 전단에는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학생에게 1회당 2만5천 원’에 PT 강습을 실시한다는 광고문구가 적혀 있었다. 무려 65% 가까이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는 이를 헬스장에 따져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자신만 수험생에게 인정머리 없는 사람 취급만 당할 것을 우려해 항의를 포기했다.

김 씨는 "그동안 시험 준비로 고생한 수험생을 위한 할인 혜택이라는 점을 알지만 PT 강습이 워낙 고가인 탓에 비싸게 주고 등록한 회원 입장에서는 속은 느낌이 강하다"고 토로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두고 경기도내 각종 상업매장에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험생 할인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일반 정상가로 구매하거나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치러질 수능에 맞춰 도내 극장가나 외식업체, 놀이공원, 미용 및 헬스 등 문화·체육·서비스 분야에서 각종 수험생 할인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가격보다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까지 싼 가격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정상값을 치른 소비자들에게 상대적 허탈감을 안겨 준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중고사이트 등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저렴한 비용을 치르고 이용하기 위해 ‘수능 수험생 티켓을 산다’는 내용의 게시글까지 종종 올라오고 있다.

도내 지자체에서 소비자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자체 영업 활성화 및 수험생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인 만큼 이를 법적 제재할 순 없다"며 "일반 소비자들이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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