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농협안성교육원 교수.jpg
▲ 전성군 전북대 겸임교수
# 세계 최대의 ‘책 마을’

 과거에는 초라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발상전환과 주민의 협력이 세상과 삶을 통째로 바꿔버린 마을들이 있다. 헤이온와이(Hay-on-Wye)는 잉글랜드-웨일스 접경지역 와이강가에 있는 인구 1천300명의 마을이다. 5월 말에는 헤이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괴짜 리처드 부스가 1961년 낡은 성을 사서 헌책방을 만들면서 지금은 100만 권 넘는 장서를 가진 세계 최대의 ‘책마을’이 됐다. 우리나라 파주 헤이리마을의 모델이다. 책마을 헤이는 40여 개의 책방과 30여 개의 골동품 가게들이 매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한 해에 팔리는 책만 해도 100만 권이 넘는다.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이 이곳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을 찾아낸 일화도 있다. 리처드 부스는 ‘헌책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다가 작은 마을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열네 살 때 단골서점 주인이 ‘너는 헌책방 주인이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됐다. 리처드 부스의 사회 혁신은 모든 것을 주민들과 함께하고, 주민생활과 연계하며, 기존에 있는 것들과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통해 창조적인 문화도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 에덴은 세계 최대 온실로 탈바꿈

 고령토 광산이었던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지역의 에덴은 세계 최대의 온실로 탈바꿈했다. 5천여 종 100만 식물이 재배되는데 2001년 3월 개장 이래 연간 130만 명이 찾고 있다. 20번째 007영화 ‘어나더데이’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서천 국립생태원의 모델이다. 유명 음반 제작자였던 팀 스미트는 19세기풍 정원을 복원하다 에덴을 구상했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주민들과 협력했다. 공사 기간 중에 이미 50만 명의 유료 관광객이 찾았다.

 에덴의 비전은 ‘환경, 주민소통, 모든 수익은 지역에게’이다. 지역 생산물로 상점을 채우고 1천700여 명의 지역민들이 일을 한다. 바다로 떠밀려온 나뭇조각 하나 버리지 않고 교육 및 건축 자재로 재활용했다. 식물에게 줄 4천300만 갤런의 물은 대부분 빗물을 이용했다. 지금도 전체 물 사용량 43%가 빗물이다. 교육을 중시하며 지구상 모든 식물의 씨앗과 열매를 보존하겠다는 것이 에덴의 미래 비전이다.

# 오버무텐(Obermutten)마을의 관계 마케팅

 다음으로 ‘0원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찾은 스위스 작은 마을이 있다. 인구라야 87명의 아주 작은 오버무텐(Obermutten)마을에 무려 20개국 나라의 이웃주민이 생겼다. 바로 페이스북을 통한 지역 홍보가 일궈낸 성과다. 이벤트를 시작한 것이 2011년 9월 27일, 1년 남짓 동안 수도 베른보다 더 많은 4만5천 명의 페이스북 ‘펜’을 확보했다.

 오버무텐 마을의 관계 마케팅은 페이스북 팬을 명예주민으로 선포해 페이스북 팬이라는 약한 유대 관계를 명예 주민이라는 강한 유대 관계로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기업은 전남 순천시 장천동 마을이다. 현재 장천동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 자연세제 판매사업인 ‘녹색 실버가게’를 마을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본래 그 지역 현안인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 수거방식에 대한 해결 방안을 주민들이 직접 찾는 과정에서 관내 각 가정과 식당, 공공시설 등에 EM(effective microorganism: 유용미생물군)보급을 확산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수익구조 확보를 위해 홍보와 교육을 위해 무상 제공했던 EM활성화액을 관내 식당가와 가정에 판매하는 한편 이 사업을 통해 가정용 세제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 절감운동에도 기여하고 있다.

 모든 혁신은 꿈을 꾸고 이를 행동에 옮기는 결심에서 시작된다. 혁신의 모델이 된 영국의 작은 마을 헤이와 에덴, ‘0원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찾은 스위스 작은 마을 ‘오버무텐(Obermutten)’, 이들 모두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 마을 혁신가와 이들에게 협력한 주민들이 창조해낸 것이다. 여기서 우리도 대한민국 농산어촌 마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주민들의 협력으로 마을 혁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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