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조선일보는 "문정인 또…‘장기적으로 한미동맹 없애는 게 최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문 특보가 맥락 없이 한미동맹을 없애자고 또 주장한 것처럼 제목을 뽑았다. 기사 속 이미지도 ‘문정인 특보의 한미 동맹 관련 논란 발언들’이라는 표를 통해 문 특보가 지속적으로 한미동맹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했다.

 "악마의 편집으로 문 특보의 발언을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 같은 ‘따옴표 저널리즘’은 지금도 여전히 횡행하는 언론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누군가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옮겨 적는 행위를 흔히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속보 경쟁 속에서 벌어진 숱한 오보들, 2017년 대선 당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던 가짜뉴스 등이 대표적이다.

 따옴표 저널리즘의 사례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이 같은 행위는 목격된다. 누군가가 특정인을 공격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제공하거나 말을 할 경우 일단 따옴표 안에 집어넣고 중계방송부터 하고 본다. 검증은 뒷전이다. 보도자료나 말의 내용이 기자나 언론사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라도 하면 불감청고소원이다. 직업과 신분에는 귀천이 없을지라도 말은 지위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말의 무게 따위엔 아예 관심조차 없는 듯이 보인다. 문제 제기라도 할라치면 기자가 창작한 게 아니라 인용한 것이라며 피해 간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게 아닐진대 한마디로 비겁한 짓이다.

 따옴표 저널리즘은 단지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술 더 뜬다. 심지어 기자가 하고픈 말을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따옴표 안에 숨어서 지껄인다.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시민 A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 가상의 인물은 기사내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데도 마치 속속들이 아는 양 ‘죽일 놈 살릴 놈’ 하며 흥분한다. 삼척동자도 기자의 말이라는 사실을 아는데도 기사를 쓴 기자만 모르는 모양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취재원의 요청에 의해 익명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하는 ‘시민 A씨’는 허상일 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따옴표 저널리즘이 탐사 저널리즘의 자리를 좀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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