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인천항만공사 에코누리호를 탄 한 시민이 내항 8부두 상상플랫폼으로 조성될 사료창고 쪽을 가리키며 대화하고 있다.<최열 사진작가 제공>
▲ 13일 오전 인천항만공사 에코누리호를 탄 한 시민이 내항 8부두 상상플랫폼으로 조성될 사료창고 쪽을 가리키며 대화하고 있다.<최열 사진작가 제공>
"내항은 개항장 중심으로 만들어진 근대도시 인천의 모태입니다. 그런데 시민들은 내항에 들어가지 못한 채 살았습니다. 시민에게 내항을 돌려주는 개발이 된다면 이곳은 즐거운 축제공간이 될 겁니다."

인천시 중구 내항은 설렘과 걱정이 공존하는 곳이다. 내항 재개발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내항의 속살이 궁금했던 시민들이 직접 바다에 나갔다. 13일 오전 길이 38m, 폭 8m의 인천항만공사(IPA) 홍보선 에코누리호가 내항 곳곳을 누볐다. 배에 오른 35명의 시민들은 1·2층을 오르내리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시민들은 내항이 친수공간으로 개발되기를 원한다. 인천 앞바다는 시민들이 고기를 잡고 수영을 하던 곳이지만 시민들은 지금까지 바다를 향유할 수 없었다.

행사 주최자인 건축재생공방 이의중(40)건축가는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될 때 시민 참여가 무시됐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내항은 시민들이 누려야 할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작가와 건축가, 문화해설가 등 주로 문화예술계통의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참여했다. 외국인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일본 국적의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미우라 히로키(41)박사는 "이곳이 친수공간으로 개발되면 시민들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요코하마항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지만 인천이라는 도시만의 특색을 가진 항구가 되길 응원하겠다"고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내항을 말했다. 최근 내항 개발을 놓고 각계 전문가들이 지리적으로 일본 요코하마항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에코누리호는 한 시간 동안 내항 1∼8부두를 빙 돌았다. 하선 시간이 다가오자 시민들의 얼굴에서 배에 오를 때와 달리 근심 섞인 표정이 드리웠다. 이번 행사에서 촬영을 담당한 최열(40)사진작가는 "시민들의 표정을 주로 촬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씁쓸함이 보였다"며 "마음에 와 닿는 친수공간을 원하는 시민 의견을 무시하고 내항이 개발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하선을 앞두고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의 김종운(61)씨에게 내항 개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미래 인천시민들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돌이킬 수 없다"고 시민 중심의 신중한 개발계획이 세워지길 원했다.

행사를 주관한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연말께 올해 다섯 차례 진행한 내항 견학 활동을 정리해 자료집으로 만들 예정이다. 인천지속협 관계자는 "시민들이 모여 도시적·시민 참여·문화예술적 관점에서 미래 내항을 상상하는 모든 과정을 기록해 시민참여형 내항 개발에 의미 있게 쓰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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