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에 폐기물 분리·선별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기존에 추진된 전처리시설과 달리, 선별기능만 한다는 점에서는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매립지 내 전처리시설을 공식적으로 반대한 박남춘 시장의 입장과 부딪칠 것도 고려해야 한다.

시는 14일 수도권 3개 시·도와 환경부가 참여하는 수도권해안매립실무조정위원회에서 ‘폐기물 분리·선별시설(안)’을 심의한다고 13일 밝혔다.

환경부가 제시한 이 안건은 지금까지 환경부와 서울시가 요구했던 전처리시설과 달리, 단순 분리·선별에만 초점을 맞췄다. 문제가 됐던 SRF 제조시설과 소각·발전시설 등 자원화 시설은 계획에서 제외됐다. 시설명도 전처리시설에서 분리·선별시설로 바뀐다.

설치 안에는 하루 처리량 600t 규모의 생활폐기물 선별시설과 4천t 규모의 건설폐기물 선별시설이 포함됐다. 폐기물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 등을 분리하는 작업을 거쳐 직매립량을 줄일 계획이다.

시설에서 선별한 폐기물들을 외부에서 위탁처리할 수 있다고 봤다. 매립종료 시점까지만 시설을 운영한다는 단서가 따라 붙었다. 인천시 입장에서도 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나 대체매립지 확보 시기를 고려했을 때 직매립량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가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 시장은 지난 달 민선 7기 시정운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처리시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각장과 SRF 제조시설 등이 빠졌으나 매립 조기종료를 추진하는 인천시에게는 신규 시설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분리·선별시설에서 골라낸 가연성폐기물을 외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직매립을 줄일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매립지에 반입되는 폐기물에 재활용·가연성 폐기물이 섞여있다는 문제가 수차례 지적돼서다. 시설 설치는 실무조정위원회에 참여하는 수도권 3개 시·도가 모두 동의해야만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첨예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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