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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외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2018년 11월 15일 목요일 제13면

비커밍
미셸 오바마 / 웅진지식하우스 / 2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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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Becoming)」은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이다. 2009년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전 세계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해 일했다. 미셸은 아동 비만을 줄이고 건강한 식탁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또 전 세계 소녀들의 교육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흑인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섰다.

 그는 한 소녀가 여성, 엄마, 퍼스트레이디로 거듭나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비커밍」은 인생과 사람을 알아나가는 성장 스토리이자 더 이상 솔직할 수 없는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그는 일과 육아에 지쳐 남편과 매일 싸워야 했던 여성으로서의 고통을 들려주고, 인생의 목적을 고민하게 된 혼란을 생생하게 고백한다. 여기에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르고 좋은 직업을 위해 내달리던 모습과 실패들을 솔직하게 고백하는가 하면, 아버지와 친구의 죽음으로 깨닫게 된 인생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한다.

 미셸은 의심 없이 단번에 꿈을 찾아낸 행운아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연,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여정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비커밍’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미셸은 그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음해와 고통, 소회를 이 책을 통해 전한다. 휴가지에서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급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해 버락이 정치적으로 큰 손해를 봤던 사연, 오바마의 출생에 대한 트럼프의 의혹 제기와 가짜 뉴스, 트럼프가 당선된 뒤에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 그러나 임기를 다하면서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했던 일까지.

 미셸은 단지 퍼스트레이디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남지 않았다. 백악관을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건강한 식단을 알리기 위해 텃밭을 일궜다. 또 그 누구보다 교육의 혜택을 본 사람으로서 어린 여성들의 교육에 힘을 쏟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보호자가 됐다. 그의 말마따나 퍼스트레이디는 ‘공식 직함도 아니고 연봉도 없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최대한 활용해 세상을 조금씩 움직여 나갔다.

 운명은 그에게 무엇 하나 제대로 주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을 믿었고 더 아름다운 삶에 눈감지 않았다. 그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미셸은 인생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절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희망 말고는 줄 것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래를 그리세요."

나라는 이상한 나라
송형석 / 알에이치코리아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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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 왜 이 모양일까?’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자기가 던진 말, 한 행동 하나를 가지고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 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밖에서는 잘 웃고 떠들었는데 막상 집에 와서 곱씹어 보니 내가 너무 별로였던 것 같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자르지 못해 밤새 뒤척이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문득 궁금하다. 나란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기에 이렇게 감정적으로 괴로움을 겪으며 스스로를 학대하는 건지.

 「나라는 이상한 나라」는 바로 이런 이상하기 짝이 없는 나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나에 대한 표면적인 사실들, 즉 나의 취향이나 인간관계,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 등으로 시작해 종국에는 나에게 숨어 있는 이중적인 모습들,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보는 걸 방해하는 방어기제들,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근원적인 콤플렉스와 무수한 욕망들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 본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나의 마음이 대체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설명해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나라는 이상한 나라’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이 지도의 윤곽이 명확해지고 디테일이 살아날수록 나란 사람을 정면에서 응시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나라는 사람을 속속들이 제대로 아는 것이 어쩌면 조금 귀찮거나 두려운 일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용기를 갖고 스스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조선, 철학의 왕국
 이경구 / 푸른역사 /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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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철학의 왕국」은 전환기에 처한 왕국에서의 철학 논쟁을 다뤘다.

 17세기가 저물고 18세기가 시작되던 시점은 안으로 주자학으로 국가를 재건했던 시기가 끝나고 바야흐로 세속화가 진전하는 시기였다. 밖에서는 오랑캐로 멸시했던 청나라의 융성이 확연했다. 일본, 베트남 등도 신국(神國), 남제(南帝)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안에서는 양반·남성에 비해 열등하다고 봤던 중인·서민·여성 등의 역량이 신장됐다. 오랑캐가 문명에 다가설수록 화이(華夷) 질서는 흔들렸고, 서민·여성이 성인이 될 가능성이 커질수록 명분 질서는 요동쳤다.

 이에 대응해 조선의 선비들은 주작학적 질서와 명분으로 조선의 재건과 동아시아 변화에 적응하려 했다. 기존의 사단칠정 논쟁을 계승하면서도 좀 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주제, 즉 마음과 타자, 사람 일반의 문제에 매달렸다. 숙종 후반부터 순조 초반 붕당정치에서 탕평정치를 거쳐 세도정치가 정립되는 시기, 철학과 사회의 문제는 정치와 얽히면서 한 번 더 꼬였다.

 논쟁의 최종 승자가 된 노론은 영조대부터 북당(北黨)과 남당(南黨), 시파(時派), 벽파(僻派)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하면서 학파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정치적 분쟁이 일어났다. 철학적 다툼이 조선의 정치·사회 흐름의 숨은 추동력으로 작동했던 것이다. 이처럼 조선 후기를 정치적 이해가 아니라 사상 중심으로 파악하기에 이 책은 조선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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