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예산 50억 원을 포함, 총 272억 원이 투입돼 지난 5월 문을 연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북부외상센터)의 ‘이상한 시설 배치’를 두고 도(道)가 수수방관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촉각을 다투는 외상센터 특성과는 다소 동떨어진 호스피스 병동이 외상센터 내 1개 층을 점하고 있는 등 문제점이 여러 차례 도 주도의 합동점검에서 나왔지만 개선은 없었다는 얘기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4일 실시된 도 복지여성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북부외상센터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관련 기사 3면>
이영봉(민·의정부2)·왕성옥(민·비례)의원 등에 따르면 북부외상센터는 2014년 말 건립 초기 지상 4층 규모로 권역외상센터 지정요건 기본병상(외상중환자실 20병상·일반외상 40병상)만을 갖출 계획이었다. 이후 도비 지원 50억 원이 확정되면서 도는 외상전용 13병상 추가 필요성을 제기해 지난해 5월 지상 5층으로 증축하는 사업계획 변경안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 등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지난 5월 11일 개소한 북부외상센터는 변경된 계획에 따라 층별 시설 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현재 응급헬기 이착륙장과 가장 가까운 5층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위치하고 있으며, 4층에는 전공의 숙소가 배치됐다.

정작 추가된 외상전용 13병상은 신축 외상센터 건물이 아닌 기존 병원 건물 6층에 마련된 상태다.

특히 이러한 시설 배치는 북부외상센터가 건립 중이던 지난해 8월 도 주도로 구성된 ‘경기도 권역외상센터 건립 추진지원단’의 합동점검에서도 지적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가 제출한 합동점검 결과보고서를 보면 점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진료 연계성을 위해 호스피스 병동과 외상 전용 병상의 위치 변경 필요 ▶외상센터 건물 내 전공의 숙소 배치 부적절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영봉 의원은 "전문가들은 호스피스 병동 이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골든타임을 위해서는 동선이 중요한데, 도는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실제 권역외상센터에 쓰이는 건물은 2.5층에 불과하고, 도는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한 건물 내 다 위치할 수 있도록 해 골든타임을 지키고 환자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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