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적정성은 중점 심의 사항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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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 결국 '유죄'
(서울=연합뉴스)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의 중과실로 매매거래가 정지된다고 발표하고 있다. 2018.11.14
참여연대 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합병과 관련해서도 심의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착수해 관련 의혹 규명에 나설지 주목된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선위는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주식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차익을 인식한 것에 초점을 맞춰 심의를 벌였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 회사에서 공동지배 회사로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공동지배 회사여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중에 이를 인지했다면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2015년 회계기준을 바꿔 적자회사에서 흑자회사로 변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맺은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부채를 고려하면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비정상적인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연관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앞서 그해 7월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 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려 모회사였던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심의의 초점을 맞췄고 합병에 대해서는 별도의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선위가 어떤 내용인지 정도는 살펴봤지만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회사인지 관계회사인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도 증선위 심의의 핵심사항인 '공정가치' 평가가 진행됐지만 당시에는 합병이라는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격을 어느 정도로 평가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결국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의혹은 금감원의 삼성물산 감리나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규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림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 이 경우 모회사인 삼성물산도 재무제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전날 증선위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 여부는 신중하게 따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은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를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을 통해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검찰도 증선위 고발 건 등 관련 사안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어 이번 수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참여연대는 2016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배임 및 주가조작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와 옛 삼성물산 경영진 등을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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