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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인식을 바꾼 혁명적인 물리학 이론이 있다. 우선 천체가 도는 것이 아닌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낸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기존의 관념을 깨부수는 일대 혁신이었다. 낙하하는 사과를 통해 지구 및 물체 간 당기는 힘을 발견한 뉴턴은 ‘만유 인력의 법칙’을 통해 태양계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 운동을 설명했다. 20세기 과학의 아이콘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공의 휘어짐을 설명하며 우주에 블랙홀이 있음을 증명해 냈다. 이처럼 위대한 과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동시대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올해 3월 14일 별세했다. 블랙홀 이론에 크게 기여한 그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한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어 블랙홀이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호킹 박사처럼 대중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도 드물다. 그를 떠올리면 휠체어에 앉아 컴퓨터로 말하는 특유의 모습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처럼 오랜 시간 병마와 싸우면서도 끝없이 연구에 매진했던 그의 열정은 많은 감동을 줬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스티븐 호킹의 전기영화로, 그와 20년을 함께 한 아내 제인 여사가 출간한 「모든 것의 이론」을 각색한 작품이다.

 대학에서 조정선수로도 활약하며 활력 있는 삶을 살아가던 스티븐은 신년파티에서 운명처럼 제인과 만난다. 전공과 관심사는 달랐지만 서로에게 이끌린 두 사람은 여느 커플처럼 달콤한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스티븐은 갑작스레 운동신경이 퇴행하는 루게릭 진단을 받는다. 최대 생존기간이 2년이라는 시한부 선고 앞에 그는 좌절했지만 한편으로는 뇌는 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었다.

 그는 짧은 시간이나마 연구에 매진하고자 했고, 제인은 그런 스티븐의 곁을 지켰다. 근육이 마비돼 책 한 장도 넘길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박사학위를 따냈다. 이후 말할 수 있는 능력도 사라졌지만 손가락 두 개를 사용해 컴퓨터로 쓰고 말하며 꾸준히 연구를 이어갔다. 시한부 판정과는 달리 50년을 더 생존하며 블랙홀이 빛을 낸다는 ‘호킹 복사 이론’을 증명하는 등 커다란 업적을 이룬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호킹과 청춘을 함께 하며 3명의 자녀들과 희로애락을 나눈 첫 번째 부인과의 결혼생활을 담았다. 제인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가족의 일상과 학자로서의 열정이 2시간 내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국내에서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지만 원래 명칭은 ‘Theory of Everything’으로 ‘모든 것의 이론’이다. 호킹의 연구는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통해 생명의 근원과 시간의 본질, 우주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며 세상을 묶어주는 아름다운 단 하나의 이론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모든 것의 이론’이다. 비록 단 하나로 설명되는 이론에는 실패했지만 박사는 이를 통해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우주의 질서를 하나로 통일하지 못한 것이 한계 없는 아름다움이라 말하며,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고 인간의 노력과 가능성에도 한계가 없다는 것이 그를 지탱시킨 삶의 철학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삶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이야말로 단 하나의 이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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