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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베이징 교외에 새로 개발 중인 ‘슝안신구’는 눈앞의 문제를 뛰어넘어 미래를 먼저 실험하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는 자율주행 중심으로 이뤄진 교통수단을 지하로 처리하고, 지상의 40% 면적을 숲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과 무인마트를 도입하고 로봇 경비를 배치, 블록체인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는 등 미래 신도시 실험으로 관심을 모은다.

 한국에서도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부산시와 세종시에서 시범사업도 시작됐다. 사용할 기술은 미래를 겨냥하고 있고, 사람중심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내걸려 있다.

 사실 기존의 유명 도시들은 일자리와 자유와 부를 찾는 사람들이 모여 고도의 집중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가장 자본주의적 공간으로 진화하며 지금껏 산업사회를 이끌어왔다. 지식과 금융과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뉴욕은 전 세계 지식인의 로망이었고, 샌프란시스코는 첨단산업과 급진적 사회문화가 융합된 기적의 도시로 각광을 받았다. 프랑스의 파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이룬 건축 미학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 산업의 조화에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하는 도시로 꼽혔다. 하지만 이들 도시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늘이 더욱 짙어지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저분한 지하철의 뉴욕, 집값이 폭등해 악명이 높아진 샌프란시스코, 노숙인 수천 명이 넘쳐나는 파리로,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는 관광객이 넘쳐나 지역 주민이 못 살겠다며 전쟁 같은 시위가 열리는 진풍경으로 도시 문제의 부채가 쌓여가고 있다. 빛나는 승리의 도시가 문제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문제의 공간이 지닌 부채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미래 실험 신도시나 스마트도시 프로젝트 같은 사업이 대두되고 있는 오늘이다.

 인천 중구의 원도심 일원에 계획 중인 ‘개항 창조도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마치 도시의 과거와 미래가 전쟁하는 형국이다. 여기서 핵심은 미래다.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 해서는 앞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천시가 중구 일원에서 벌인 사업 대부분이 성공하지 못한 주 이유다.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어떤 삶을 살며 자연과 사회 현상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이 문제에 답을 해야 하는데 켜켜이 쌓인 근본적 병폐는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태에서 단기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기 안에 완성해 업적으로 내놓겠다는 생각에서 결과는 참담하게 돼 버린 월미은하레일 사업 같은 졸작품이 등장한 것을 아직도 답습하겠다는 것인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날이 줄어드는 인구는 모든 것을 대변한다. 사람이 중심이 아니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며 지향하는 가치가 불문명한 곳에 정주성 운운은 공염불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에드워드 클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는 효율적이면서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공간"이라고 칭송했었다. 그렇다. 효율성과 친환경적 공간이 아닌 한 실패한 도시라는 반어가 가능하다. 근대 도시는 전근대 문제의 해결 공간이었고, 미래의 도시는 오늘의 도시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무엇을 위한 도시인가?’를 명확하게 할 때 좋은 도시로 변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사업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82년 된 영등포 밀가루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카페·레스토랑·역사박물관·기획전시장·창업 지원 공간과 공유 오피스, 전시 대관 및 조망이 가능한 공간, 근현대 산업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관, 광장을 비롯해 공장 주변 보행로 등 인근 인프라를 통합 정비한다고 밝혔다. 올 12월에 착공해 내년 하반기에는 시민에게 개방할 계획이고 사일로 등 대형 구조물을 활용하는 2단계 사업도 계획 수립 중이라고 한다.

 물론 1만6천500여㎡가 넘는 문래동 공장에 서울시의 도시재생 구상안이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지 지켜봐야 할 테지만, 자유공원 일대와 내항 1·8 부두 일대의 면적이나 역사성, 그리고 주민들의 오랜 바람을 감안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신문명 개화도시의 의미를 살리면서 새로운 문명이 승부를 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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