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이 시민 개방을 명분으로 부대 내 낡은 생활체육시설 개·보수라는 자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침을 흘리고 있다.

 특히 지자체도 선례를 통해 투자 대비 사업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여기에 맞장구를 치는 상황이다.

 18일 용인시의회에 따르면 용인시는 21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열리는 제229회 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 ‘제3군사령부 체육시설 개방 및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 동의안’을 제출했다.

 동의안 핵심은 시비를 들여 육군 제3야전군 사령부 내 맨땅 축구장 1면에 인조잔디축구장을 조성하면 주말과 휴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민(축구클럽)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비는 설계비 3천만 원을 포함해 9억8천만 원이다. 사업 기간은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이며, 협약기간은 5년이다. 세부 관리협약서에는 군 부대 특성상 요구되는 보안조치 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앞서 지난 2016년 10월 용인시는 육군 제55보병사단과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9억여 원의 시비를 들여 부대 내에 인조잔디축구장 1면과 풋살장 1면, 주차장 등을 조성했다.

 지난해 8월 개장 이후 올 현재까지 16개월간 축구클럽의 사용일수는 고작 25일이다. 누적 이용팀 수 47개 팀, 누적 이용 인원은 2천121명에 그치고 있다.

 대시민 개방을 명분으로 실리를 챙겼다고밖에 볼 수 없는 수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가 또다시 군의 요구에 응하려 하자 용인시의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백군기 시장이 3군사령관 출신이라는 점도 ‘셀프 예산 챙기기’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힘을 싣는다.

 용인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A의원은 "아직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시민정서법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자영 의원도 "소관 상임위 소속이 아니어서 조심스럽다"면서도 "군부대 시설의 관리·보수는 국가사무다. 3군사령부가 용인시민들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운동장을 개방할 요량이라면 시에 손을 벌릴 게 아니라 국비를 지원받아 보수한 뒤 개방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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